양의 탈을 쓴 늑대를 심판하던 잉글랜드의 한 판사가 피해자 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그는 정의 실현의 실패로 피해자들의 고통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지난 세월을 정말로 미안해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앞선 10일 성폭행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신부의 선고공판을 앞둔 울리치 형사법원 크리스토퍼 헤이르 판사가 법정에 들어선 피해자들과 그의 가족들에게 고개 숙였다.
“미안합니다. 여러분이 1998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법원에 왔을 때 정의는 당신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습니다.”
한 피해자는 과거의 아픔이 생각났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가해자가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저지른 범행을 상상할 수 있다”며 “결코 그날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고, 영원히 자유로워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템플은 반(反)사회적 인격을 가진 악랄한 거짓말쟁이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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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BBC와 인터뷰 중인 피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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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립 템플 |
앞서 아픔을 호소했던 피해자는 “어린시절을 모두 잃고 말았다”며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그때의 나와 비슷한 또래 아이들을 보면,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고 조용히 말했다.
이날 헤이르 판사는 템플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가디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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