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하철서 안내견 동행 시각장애인 선로 추락 후 전차 치여 숨져

일본에서 안내견과 함께 있던 시각장애인 남성이 지하철 선로에 떨어져 전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도쿄신문이 1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45분쯤 도쿄메트로 긴자선 아오야마잇초메역에서 안내견을 데리고 있던 시각장애인 남성(55)이 선로에 떨어진 뒤 전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이 역에는 추락 방지용 홈도어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도쿄메트로가 운영하는 9개 노선 가운데 5개 노선은 추락 방지용 문이 전역에 설치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그 중에서도 긴자선은 승강장이 좁고 시설이 오래돼 홈도어 설치가 늦어지고 있다고 도쿄메트로 측은 밝혔다.

역의 카메라 영상에서는 이 남성이 무엇인가에 부딪치거나 다른 사람에게 떠밀린 모습은 없었다. 그러나 진행 방향의 앞쪽에 기둥들이 점자블록과 일부 겹친 상태로 세워져 있어 안내견이 기둥을 피하려고 선로 쪽으로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경시청과 도쿄메트로에 따르면 이 남성은 역 승강장으로 들어선 뒤 점자 블록 위를 걷고 있었으나 서서히 왼쪽의 선로 방향으로 갔으며 발을 헛디딘 것처럼 떨어졌다. 선로에 떨어지고 약 2초 후 전차가 진입해 운전사가 급정거했으나 늦었다. 안내견은 선로에 떨어지지 않았고 무사했다.

이 사고에 대해 일본맹인회연합 관계자는 “안내견이 장애물을 피하려고 해서 남성도 몸이 흔들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