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화 시급하고 재정비도 필요한 꼴불견 지방의회

전국 지방의회에 때아닌 서리가 내리고 있다.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둘러싸고 불법 선거운동이 난무한 혐의가 불거져 검찰·경찰 수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서다. 특히 시·군·구 자치를 좌우하는 기초의회 의장 감투를 둘러싸고 곳곳에서 ‘돈 선거’가 자행된 정황이 짙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뿌리부터 썩어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폭넓게 번지는 지방자치 회의론과 무용론에 맞서 자치의 대의와 가치를 역설하는 이들마저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근래의 추문으론 지난달 경남 의령군의회에서 터진 ‘혈서 각서’ 파문이 대표적이다. 의령군의원 몇몇이 2년 전 전반기 의장단 선거에 앞서 후반기에 특정인을 민다는 각서를 썼다는 폭로가 나와 충격을 줬다. 최근 검경의 수사 방향을 보면 ‘돈 냄새’도 ‘피 냄새’에 못지않게 지독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창원지검은 지난 5일 창녕군의회 손태환 의장과 박재홍 부의장을 구속 기소했다. 금품 살포 혐의 때문이다. 경남권 4곳과 부산, 전남 여수·고흥 등지에서도 검경 수사가 착착 진행돼 지방정가가 얼어붙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지방의원이 쇠고랑을 차게 될지 모를 지경이다.

지방의정의 고질적인 비효율도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어제 발표한 ‘서울시의회 의원평가보고서’에서 지난 2년간 대표 발의한 조례가 단 1건도 없는 의원이 106명 중 51명, 본회의장 시정질의 한 번 하지 않은 의원이 45명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들이 무보수 명예직을 2006년 유급제로 바꾼 것도 모자라 의정비 증액에 열을 올리고 광역의회 유급보좌관을 두겠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아가 의장 감투를 놓고 돈을 뿌리고 각서를 쓴다.

지방자치법은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한다’고 지방의원 의무를 명문화했다. 청렴의 의무와 품위 유지의 의무도 명시했다. 끊이지 않는 지방의회의 금품 의혹, 비효율 논란 등은 지방자치법이 강조하는 공익 추구와는 다른 방향으로 지방의회가 폭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지방자치가 이대로 시들게 방치할 수는 없다. 정화가 시급하다. 나아가 지방자치 재정비 문제도 더 늦기 전에 근본적으로 들여다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