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우리] 미국의 핵전략, 인내는 끝났다

누가 대통령 되든 북핵에 강경
대화·압박 병행정책 무용론
능동적이고 강력한 대응 요구
우리도 빈틈없는 공조 나서야
사상 최대로 지구가 펄펄 끓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데도 올해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상대 후보 헐뜯기와 보호무역 정쟁에 올인하고 있다. 2009년 5월 체코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계’를 내세우면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오바마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에 핵 없는 세계를 완결하기 위한 역사적 업적을 남기고자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상적인 정책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이 터부시해 온 ‘핵선제불사용’ 정책의 채택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일본은 이를 눈치채고, 미국군 수뇌부에 “핵선제불사용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을 없애기에 안 된다”고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지만, 한국의 국내에서는 정쟁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논쟁에 말려 아무 대응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용섭 국방대 교수·미 포틀랜드 주립대 교환교수
미국의 안보전문가공동체 내에서는 오바마 정부의 핵전략이 ‘핵 없는 세계’ 만들기에만 경도돼 복잡해지는 미·중·러의 3자 경쟁관계나 악화되는 북한 핵문제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왔다고 평가하고, 차기 행정부에서는 핵무기 사용까지도 고려한 새로운 핵전략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핵 분야에서 오바마의 업적이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오바마는 핵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 핵 안보정상회의를 제안하고, 4차에 걸친 핵 안보정상회의를 직접 주관하면서 핵 안보라는 개념을 만들고, 핵 안보 레짐(체제)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오바마의 핵 없는 세계가 가진 문제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미국의 핵 억제전략의 3요소인 핵무기, 첨단재래식무기, 미사일방어능력을 가지고 적대국가의 핵 공격을 억제시킨다는 전통적 핵 억제전략에서 첨단재래식 무기와 미사일방어에 중점을 두고 핵무기 사용을 제한함으로써 증가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에 일정한 한계를 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에 대해 가공할 만한 핵무기로 대응하겠다는 클린턴과 부시 두 전 대통령의 동맹 방위 공약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또한 북핵문제에 있어 전략적 인내로 일관함으로써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음으로써 ‘전략적 환자’가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실험에 대해 경고와 제재라는 수동적인 대응만 반복함으로써 북핵문제는 통제가 불가능하게 돼 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의 안보전문가들은 차기 행정부에서는 미국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포함시켜 핵 억제전략이 더욱 강력하고 효과적이기를 주문하고 있다. 북한의 증가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한반도와 동북아에 더 강력하게 미국의 핵 능력을 보여주기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사드체제의 배치라는 개별적 무기체계의 배치에만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미국의 모든 무기체계를 동원하고 총괄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핵 억제전략을 제시해 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향후 5년 내 북한이 핵무기를 다량 보유하고,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미국이 이를 억제할 수 있는 능동적 핵 억제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국내에서도 북한핵미사일에 대한 개별적 무기체계 도입을 포함한 종합적 핵 억제전략이 나와야 할 때이다. 사드라는 개별적 무기체계와 그에 관련한 한·중관계, 미·중관계의 파장에만 신경을 쓰는 근시안적인 국내적 정쟁에 휘말릴 때가 아닌 것이다. 우리 국내에서도 북한핵미사일을 막기 위한 능동적 종합적 억제전략을 제시하고 외교안보의 대책을 세워 나가야 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핵 없는 세계와 확장 억제전략, 전략적 인내에만 매몰돼 있을 것이 아니라 차기 미국 행정부에 우리 국익에 맞는 핵 억제전략을 미리 주문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

한용섭 국방대 교수·미 포틀랜드 주립대 교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