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8-20 10:20:00
기사수정 2016-08-20 14:03:46
‘이수만X보아’‘박진영X원더걸스’ ‘양현석X씨엘’. 이 조합은 국내 가요계를 주도하는 대형기획사 SM, JYP, YG엔터테인먼트 수장과 소속 톱가수들이며 공통점은 ‘미국 진출’이다.
YG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는 지난 17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소속 걸그룹 ‘투애니원(2NE1)’멤버인 씨엘이 미국 음악시장에 처음 진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3대 기획사 중 미국 정식 진출에 있어서 YG가 가장 막차를 탄 셈이다.
씨엘은 지난 19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내 애플 등 음악 사이트에 싱글곡 ‘리프티드(Lifted)’를 출시, 정식 데뷔를 알렸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씨엘은 말이 미국시장 진출이지, 이제부터 전세계 내놓으라 하는 팝스타들과 숨막히는 경쟁을 벌여야 한다.
씨엘의 미국 진출 조건은 영어 잘하고, 음악 좋고, 실력 있고, 뒤에서 지원해주는 재력까지 든든하니 현지에서 팝가수들과 자웅을 겨룰만하다.
그럼에도,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도 음악 성적에는 연연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씨엘에게 미국 진출의 부담감을 덜어줘 다소 안심이 든다. 양 대표의 기저가 그러니 다행이고 진심으로 성공을 위해 응원보낸다.
우리는 이미 SM과 JYP의 전례를 통해‘성공의 환희’보다는 ‘좌절의 쓰라림’을 경험한 바 있다. 아시아를 뛰어넘어 세계적인 스타가 되겠다며 미국에 도전장을 낸 K-팝 대표 가수들의 꿈은 사실상 물거품으로 끝났다.
미국 음악시장이 어떤 곳인가. 미국인 가수들만 음악활동을 하는 나라인가. 그렇지않다. 미국 빌보드 정상에 오른 가수들은 세계적인 팝스타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미국 음악시장은 거대하고 활동 시스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국내 음악시장처럼 데뷔하는 신인이 차트를 휩쓸고 음악방송에 출연하면서 불과 몇 달 만에 스타덤에 오를 수 있다고 얕봐서는 안 된다.
2008년 9월 10일 ‘아시아의 별’보아가 미국에 진출하겠다며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연 기자회견장은 시끌벅적했다.
당시 취재진은 수백 명에 달할 정도로 큰 관심을 가졌고 “드디어 한국에서도 미국에 진출하는 가수가 생겼구나”하며 앞다퉈 보도했다.
전날 계단에서 떨어져 팔목부상 깁스를 한 채 나타난 보아는 “미국에 가기 위해 2∼3년 전부터 몰래 준비해 왔다. 빌보드 차트 분석과 미국음반시장 형태, 현지 뮤지션, 음악장르 추세 등을 철저히 조사했다”며 미국 진출에 임하는 빅장한 각오를 밝혔다.
현지 매니지먼트는 비욘세·저스틴 팀버레이크·어셔 등 당시 세계적인 톱스타들만 맡아온 ‘맥스 구스’였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데뷔곡 ‘잇 유 업(Eat you up)’을 발표하고 미국에서 활동하다 잠시 귀국한 보아는 실제 현지에서 뛰어보니 “신인 가수 코스가 따로 있었다. 클럽활동과 라디오홍보만 해야 했다”며 전혀 딴판이었음을 고백했다. 보아는 19개월 만에 미국 활동을 접었고 SM 이수만 회장도 ‘아메리카’꿈을 내려놓아야 했다.
이듬해 JYP 소속 걸그룹 원더걸스가 미국 음악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노바디’로 한창 인기를 끌던 원더걸스는 세계 최고 아이돌그룹 ‘조나스 브라더스’의 북미투어 오프닝 무대를 전담하면서 미국 진출에 첫 발을 내디뎠다.
당시 현지 반응은 뜨거웠고 JYP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도 분위기에 편승해 미국법인까지 설립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원더걸스의 존재는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다.
국내 가요계에서는 JYP가 미국 진출에 100억 원을 쏟아 부었고 500만 원만 회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미국 음악시장은 이처럼 보이지 않은 장벽이 높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씨엘은 데뷔곡 ‘리프티드’를 발표하자마자 미국의 대표적인 시사 주간지 타임이 “씨엘, 미국 진출 크게 성공할 준비됐다”라고 집중조명했다.
호조의 출발을 보이고는 있으나 2년 연속 ‘타임 100’ 후보에 오른 터라 호감을 갖는 정도로 받아들이는 스케일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서 미국 진출에 쓰디쓴 고배잔을 마셨던 선배들의 과거를 거울삼아 반드시 성공해 돌아오길 학수고대한다. k-팝 가수 출신 씨엘이 세계적인 팝스타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으면 좋겠다.
추영준 선임기자 yjchoo@segye.com
<세계닷컴>세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