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8-22 19:26:38
기사수정 2016-08-23 16:21:32
'부당거래 의혹' 수사 받자 유사투자자문사 대표직 사임
‘청담동 백만장자’라는 별명으로 인기를 얻으며 투자자를 모아 헐값의 주식을 비싸게 판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유사투자자문사 대표 이모(30)씨가 최근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가 사법처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산 처분 작업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은 이씨의 출국을 금지시켰다.
22일 서울중앙지법 등기국과 검찰 등에 따르면 이씨가 지난 11일을 전후해 자신이 대표로 있던 M투자자문사와 M엔터테인먼트사의 이사직을 모두 사임했다. M엔터테인먼트사는 이씨의 주식 인터넷방송 프로그램 등을 제작하는 회사다. 또 그가 스스로 대주주라고 주장한 대부업계 L핀테크 대표이사도 비슷한 시기에 이씨의 지인인 김모(28)씨에서 양모(44)씨로 바뀌었다. 그동안 L핀테크 회사 홈페이지에 소개된 이씨의 사진도 삭제됐다.
이를 두고 피해자모임 측은 이씨가 자산 처분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면서 서울 청담동에 있는 M투자자문사 건물 소유권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M사 법인이 소유한 이 건물은 이씨가 케이블방송에 출연할 당시 수영장이 딸린 저택으로 소개한 시가 300억원 상당의 6층짜리 건물이다. 이씨가 L대부업체의 투자상품을 홍보하면서 투자 위험을 보장하겠다며 담보로 제시한 건물이기도 하다. M사는 그동안 이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1인 기업이었는데, 해당 건물은 현재 인근 부동산에 매물로 나와 있다.
만약 이씨가 대표이사 사임과 동시에 회사 지분도 모두 넘겼다면 건물 소유권은 새 등기이사에게 넘어간다. 다만 이씨가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M사 외에도 이씨가 자신의 계열사라고 주장해 온 회사는 화장품 판매사와 자동차 수리업체 등 10여개에 달한다. 이들 회사는 대부분 이씨의 동생(28)과 어머니 황모(56)씨가 대표이사이거나 감사를 맡고 있는 등의 가족기업 형태다.
대표이사직 사임 배경 등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이씨에게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를 남겼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그는 앞서 검찰 수사 소식이 알려지자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제기된 의혹을 적극 부인한 바 있다. 이씨는 지난해부터 수억원짜리 고급 외제차를 여러 대 타고 다니는 모습 등 호화스러운 생활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경제TV와 케이블방송 예능 프로 등에 출연하며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한편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서봉규)는 이씨 등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
조병욱·이우중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