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8-24 19:17:16
기사수정 2016-08-25 15:35:07
45년 함께 생활해온 80대 여성
문화재 업자에 200만원에 넘겨
저항 민족시인 이상화(1901∼1943년) 유물을 무더기로 훔쳐 문화재 매매업자에게 넘긴 80대 가사도우미가 붙잡혔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24일 이상화 시인의 서신 등 유물 1만1000여 점을 훔친 혐의(절도)로 가사도우미 최모(85·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최씨에게서 유물을 사들여 매매업자에게 넘긴 고미술품 수집가 H(61)씨와 이 유물을 보관해 온 매매업자 C(49)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최씨는 2013년 3월 24일 대구시 중구 계산동 이상화 고택에서 150여 떨어진 이 시인 큰아버지 고택 창고에서 이 시인과 형 이상정의 서신 등 편지류 3307점, 엽서류 1855점, 서적류 266점, 명함류 50점, 술항아리 2점, 청색주전자 1점 등 모두 1만1263점의 유물을 빼돌려 상당한 가치가 있는 유물임을 알아보고 접근한 H씨에게 200만원을 받고 판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유물 전량을 회수해 현재 국립대구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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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한 이상화 시인 유물 대구 중부경찰서 관계자들이 24일 가사도우미가 훔쳐 매매한 것을 전량 회수해 국립대구박물관에 보관 중인 저항 민족시인 이상화의 유물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
최씨는 45년간 이 시인 큰아버지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했다. 이 시인은 유년시절 아버지가 타계해 형 이상정씨 등 4형제가 모두 큰아버지 이일우씨 밑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H씨는 200만원에 사들인 유물을 3000만원을 받고 C씨에게 팔았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오랜 시간 가족같이 생활했던 가사도우미가 범행을 저질렀다”며 “유물은 100여년 전 일제강점기 때의 우리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자 항일운동 정신이 담긴 중요한 사료인데 음성거래로 사장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문종규 기자 mjk20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