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8-25 22:59:40
기사수정 2016-08-25 22:59:40
보존처리 과정서 명문 확인
군인 이름 등 기록 보관 용도
서울역사박물관 “첫 실물”
벗겨진 옻칠, 흠집 난 표면을 복구하고 몇년에 걸쳐 생긴 것인지 가늠할 수 없는 녹을 제거하며 2년여간 연구를 벌인 끝에 대한제국의 마지막 군대 ‘진위대’의 이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군대이자 일제가 강제로 해산하려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군대인 진위대의 군안궤를 복원해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군안궤란 군인의 이름과 거주지, 신분 등을 기록한 ‘군안’을 보관하는 용도로 제작된 가구다. 진위대의 군안궤 실물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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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위대 군안궤 보존처리 후 원형이 복원된 모습.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
이번에 확인된 진위대 군안궤는 높이10㎝, 가로 42.5㎝, 세로 28.5㎝ 크기의 목재기구로, 표면과 내부에 종이를 바르고 붉은색 옻칠을 했고 꽃과 구름 문양이 정교하게 음각된 장석(금속장식)도 달려있다.
사용 시기와 사용처, 제작 목적이 명확하고 음각된 명문 등 제작기법이 정교하고 세밀하다. 또 군안궤는 대부분 자물쇠와 열쇠가 분실됐지만 이번 진위대 군안궤는 자물쇠와 열쇠 모두 남아 군안궤의 완벽한 형태다. 이 때문에 박물관 측은 해당 군안궤가 대한제국 군대, 1900년대 가구 등에 대한 연구의 사료적 가치가 크다고 보고있다.
진위대는 지역 질서 유지와 변경 수비를 목적으로 1895년 설치된 지방 군대다. 1907년 일제가 고종을 퇴위시키고 대한제국군 강제해산령을 내렸으나 진위대는 해산하지 않고 전국 각지에서 무장봉기를 일으켜 일본군에 대항했다. 강제해산 후엔 진위대 출신 장병들이 기존 의병부대에 합류해 무기와 편제를 정예화하고 정미의병을 일으키는 등 일제에 저항했다.
해당 군안궤는 2002년 붉은색 옻칠 표면이 벗겨지고 장석도 검게 부식돼 음각 문양이나 명문을 알아보기 힘든 상태로 입수됐다. 당시 평범한 군안궤로 분류돼 수장고에 보관돼왔다. 그러나 2014년 상자에 새겨진 명문과 열쇠와 자물쇠가 분실되지 않은 점에 주목해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보존과학팀이 보존처리 및 문헌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손상된 옻칠 표면의 붉은색을 회복하고, 전통 접착제인 아교로 들뜸 손상을 손봤다. 녹을 제거해 원래의 색상과 문양, 명문을 드러냈다. 이러한 보존처리에 1년이 걸렸다. 이후 문헌조사를 통해 1900년 7월 평안북도 의주에 설치된 진위대대 또는 1900년 9월과 1901년 2월에 두 번에 걸쳐 평양에 증설된 진위대대가 사용했을 것으로 분석해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