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8-29 19:01:37
기사수정 2016-08-29 21:28:47
추 “야당 목소리 경청해 달라” / 이 “민생협력 잘 부탁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신임 당대표는 공식 일정 첫날인 29일 새누리당 대표실을 예방해 이정현 대표와 상견례를 가졌다.
이날 면담은 두 대표가 서로 당선을 축하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웃는 얼굴 속에서도 미묘한 신경전이 오고 갔다. 추 대표는 “특히 야당 목소리, 또 국민 민심이 바라는 것을 제가 잘 전할 테니까 저의 목소리를 국민의 소리로 잘 경청해 주시면 더없이 고맙겠다”고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 대표는 “솔직히 정치력 부분에 있어서는 조족지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도 “촌놈으로 커서 그런지 국민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만은 대표님께 부탁도 많이 하고 사정도 많이 하겠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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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만나 서로의 당선을 축하하는 악수를 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
이 대표는 두 사람이 모두 ‘58년생 개띠 동갑내기’라는 언론 보도를 거론하고 “추 대표께서 저보다 12년 먼저 국회의원이 됐다. 국회 12년이면 3선인데 정말 국회의원으로서 대선배를 넘어 왕 선배님”이라고 추 대표를 치켜세웠다. 이 대표는 “사실 같은 대표이지만 국회에서는 왕 선배로 모시고, 또 늘 하시는 것을 보면서 속으로 커닝도 하고 그랬다”고도 했다. 추 대표는 이 대표가 ‘커닝을 했다’고 말하자 소리를 내며 웃고, 이 대표 손을 잡으며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58년 개띠 동갑내기로, 닮은 듯 다른 여야 대표의 호흡을 두고도 관심이 쏠린다. 이 대표는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정당사에 첫 호남 출신 대표이고, 추 대표는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사에서 첫 대구·경북 출신 대표다.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추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발탁됐다는 점도 닮았다.
이념적으로는 그러나 ‘극과 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이 대표는 ‘적극 찬성’ 입장을 누누이 밝혀 왔고, 추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 전반에서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추 대표가 전대 공약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지’를 내걸었다면, 이 대표는 지난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당시 “올바른 교과서(국정교과서)를 만들자는 취지를 반대하는 국민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현 정부의 성공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이 대표와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바로잡겠다는 추 대표의 근본적 인식차이도 여야관계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내년 대선의 향배에 중요한 호남을 두고도 신경전이 팽팽하다. 이 대표는 전대 과정에서 “호남 대표야말로 정권 재창출의 보증수표”라고, 추 대표는 “그분(이 대표)은 생물학적 호남 출신”이라고 깎아내렸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