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9-02 20:20:30
기사수정 2016-09-02 23:12:00
3000t급 차세대 디젤잠수함/ 원자력 엔진으로 변경도 가능/ 한반도 비핵화·비용 걸림돌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성공에 맞서 우리도 핵추진(원자력) 잠수함을 가져야 한다는 정치권과 군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무제한의 잠항능력을 보유해 집중 감시와 SLBM 발사 직전에 선제타격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SLBM 탑재 북한 잠수함 대응 전력으로 가장 효율적이라는 평가에서다.
해군의 장보고-Ⅲ 사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9년까지 약 7조원을 투입해 원거리 작전이 가능한 3000t급 디젤잠수함 9척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이미 2014년 10월27일 강제 절단식을 거쳐 1번함 건조에 착수한 상태다. 기존 해군의 209급(1200t)과 214급(1800t)에 비해 덩치만 커진 게 아니라 전투력도 진일보한 차세대 잠수함이다. 사거리 500~1000㎞인 잠대지 크루즈 미사일(천룡)을 기본 장착하고, 공기불요(Air-independent propulsion·AIP) 추진체계를 갖춰 최대 50일까지 잠항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그래서 ‘21세기 거북선’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것 말고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잠수함의 추진기관 변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개발 이후 디젤엔진을 떼어내고 다른 종류의 엔진을 장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장보고-Ⅲ에 원자로를 심장으로 달 수는 없을까.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노무현정부 당시 추진된 일명 ‘362사업’이다. 우리 정부는 1993년 러시아로부터 핵잠수함 도면을 제공받았다. 이듬해인 1994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스마트 원자로 개발에 착수했다. 이 원자로는 러시아의 핵추진 잠수함용 원자로 제작사인 OKBM의 설계도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이 무렵 북한도 골프급 잠수함을 포함, 총 40척의 잠수함을 러시아로부터 연구용으로 수입해 잠수함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1996년 4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3000t급 중형 잠수함 건조를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남북한 잠수함 개발 경쟁이 본격화한 시기로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디젤엔진을 달기로 한 중형 잠수함 건조 계획이 방향을 선회한 것은 2003년 5월 당시 조영길 국방장관이 ‘자주국방 비전 보고’를 통해 엔진을 핵추진으로 변경하면서다. 북한 비대칭 전력에 맞서 핵추진 잠수함 조기획득 필요성을 내다본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비밀프로젝트는 이듬해 1월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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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장보고-Ⅲ 기공식’에서 대우조선해양 관계자가 장보고-Ⅲ 배치 사업의 성공을 기원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한 상태다. 한·미원자력협정을 체결해 독자적인 원자로 개발조차 미국과 협의를 해야 하는 처지다. 동북아의 핵무장 바람을 꺼리는 미국으로서는 한국 해군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여전히 달가울 리 없다. 362사업 좌초 이후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는 의미다.
비용도 걸림돌이다. 현재 건조 중인 장보고-Ⅲ는 대당 가격이 8000억원에 달한다. 건조 과정이나 무장체계를 장착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원자로를 설치하기 위해 설계를 변경할 경우 장보고-Ⅲ의 가격은 최소 1조5000억원으로 오를 것”이라며 “여기에 핵추진 잠수함에 들어가는 각종 무장과 장비들이 추가될 경우 완제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뛸 수 있다”고 말했다.
해군도 회의적인 반응이다. 천안함폭침사건 이후 대잠수함 전력 확충을 위한 해상초계기 도입도 지지부진한 마당에 핵추진 잠수함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라는 분위기다. 정부의 결단력과 외교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