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불금대첩’…금토드라마 전성시대

방송가의 ‘금요일’ 전쟁이 뜨겁다. 주말과 이어지는 금요일로 시청자들이 몰리면서, 새로운 ‘황금 요일’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금요일은 방송가의 계륵(鷄肋)이었다. ‘월·화’, ‘수·목’, ‘토·일’로 이어지는 요일 사이로 금요일이 홀로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주로 드라마가 편성되는 프라임 타임도 금요일에는 예능으로 대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전도연과 김혜수, 고현정 등 인지도 높은 배우들을 내세운 tvN이 ‘금토드라마’라는 새로운 지형을 만들고 있다.
tvN 제공
금요일에 편성되는 프로그램은 다른 요일에 비해 시청률도 낮았다. 2004년 SBS가 이례적으로 ‘금요드라마’를 선보였지만, 낯선 편성에 대한 벽을 넘지 못해 폐지했다. SBS는 미니시리즈보다 많은 제작비를 투입해 ‘프리미엄 드라마’를 표방했지만, 시청률 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당시 SBS의 한 금요드라마 캐스팅 후보에 오른 배우는 ‘금요드라마 편성을 월~목으로 바꿔달라’며 협상하다 출연이 불발되기도 했다. 배우들에게도 금요일은 ‘기피 요일’이었던 셈이다.

이후 금요일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tvN이 ‘금토드라마’를 선보이면서다. tvN은 지상파 중심의 드라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아무도 드라마를 하지 않는 금요일을 공략했다. 방송가에서는 회의적이었다. ‘금토’라는 낯선 편성과 케이블이라는 플랫폼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주말드라마의 전형을 탈피한 다양한 시도들이 주목받으면서 금토드라마가 새로운 지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올 들어 tvN 금토드라마에 캐스팅된 주인공에는 평소 지상파에서도 쉽게 볼 수 없던 배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칸의 여왕’ 전도연은 11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tvN ‘굿와이프’를 선택했다. 11년 전 마지막 드라마로 SBS 주말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 출연했던 전도연은 복귀작으로 tvN 금토드라마를 택했다. 4%대의 시청률로 시작한 ‘굿와이프’는 지난달 27일 마지막 회에서 평균 시청률 6.7%, 최고 시청률 8.5%까지 치솟았다. 앞서 ‘응답하라’ 시리즈를 비롯해 ‘미생’, ‘시그널’ 등의 화제작들도 tvN 금토드라마로 편성돼 큰 성공을 거뒀다.

tvN이 금토드라마로 성공하면서, 다른 방송사들도 금토드라마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OCN은 세금징수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38사기동대’를 금토드라마로 편성해 4%대의 시청률로 인기몰이했다. 셰어하우스에 사는 여대생 이야기를 그린 jtbc ‘청춘시대’도 현실을 풍자하는 구성으로 조용한 반향을 일으켰다. 지상파인 KBS도 지난해 한류스타 김수현, 공효진, 차태현 등이 출연한 드라마 ‘프로듀사’를 금토드라마로 편성한 바 있다.

금토드라마를 성공시킨 tvN은 심야시간대 금토드라마 한 편을 추가 편성했다. ‘불금불토 드라마’로 불리는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는 오후 11시에 편성돼 4%대의 시청률로 선전하고 있다.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히는 드라마 ‘안투라지’도 ‘신데렐라와 네명의 기사’의 후속작으로 편성될 예정이다.

금토드라마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인기 배우와 제작진이 몰리고 있다. 전도연과 김혜수, 고현정 등 평소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배우들이 ‘tvN행’을 주저하지 않는 데 이어 노희경, 김지우, 김은희 등 지명도가 높은 작가들도 대거 ‘tvN행’을 택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tvN 금토드라마가 연이어 성공하면서, 예전처럼 지상파만 고집하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말했다.

케이블을 중심으로 금토드라마가 선전하는 사이 전통적인 주말드라마로 승부를 보는 지상파는 시청자를 빼앗기고 있다. 지상파가 ‘주말드라마=가족드라마’라는 공식으로 시청자에게 접근하는 사이 케이블은 다양한 시청층을 겨냥한 드라마로 틈새시장을 장악했다. tvN 금토드라마와 시간대가 겹치는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채 조기종영했다.

이런 변화는 광고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요일을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CJ E&M 계열은 상반기 광고실적이 지상파 수준으로 올랐다. 방송가에서는 “tvN 광고 매출 상당 부분이 금요일과 토요일에 나온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과거 ‘플랫폼 중심’이던 TV가 ‘콘텐츠 중심’으로 바뀌면서 지상파와 케이블의 위상이 예전과 다르다”며 “CJ E&M이 ‘슈퍼스타K’를 시작으로 금요일에 집중하면서 금요일이 격전지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