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도우려… 정부, 무리한 발주 논란

환경부, 설계 안 끝난 해양순찰선 건조 추진… 안전성 우려 환경부가 환경조사선 건조를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안전과 성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낙동강에 투입될 조사선은 매번 육로로 이동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예상된다.

11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환경부는 올해 설계비 4억3000만원이 본예산에 반영돼 있던 60t급 해양순찰선의 건조비 명목으로 43억원을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했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해양 조사와 순찰을 위해 도입하는 이 배는 지난 7월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빨라도 11월쯤 설계가 끝날 것으로 보여 올해는 건조에 착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9월부터 건조공사 계약을 맺고 11월까지 선체 및 기관 공사를 완료한 뒤 내년 1월까지는 외장 공사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설계가 끝나기도 전에 건조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설계를 배제한 채 건조를 추진할 경우 선박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고 추후 설계를 반영한 재공사나 보수공사도 예상된다”며 “애초 정한 절차에 따라 올해 설계를 마치고 내년 본예산을 통해 공사를 추진하는 것이 안전성과 예산 집행의 효율성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부의 무리한 추진은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추경 예산에는 5t급 수질조사선 2척과 순찰선 1척 등 3척의 건조비 18억3200만원도 포함됐다. 수질조사선은 팔당상수원 지역과 낙동강 지역 수질조사에 투입되고 순찰선은 변산반도 해안국립공원에 배치된다. 하지만 이 배들은 올해 예산 계획에 없었던 항목이다.

환경부는 “실시설계와 기본설계에 2개월, 배를 건조하는 데 2개월 등 총 4개월이면 선박 도입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어 “5t급 소형선박이기 때문에 기존의 다른 기관 조사선의 설계도면을 활용하고 설계와 건조를 일괄 발주하면 시간을 맞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환경부의 안을 검토한 국회예산정책처는 “기존 설계도를 이용하면 수계별 수질생태계와 연안 환경 조사에 특화된 조사·순찰선을 만든다는 본래 사업목적에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사업계획서에는 조달청 발주 및 업체 선정, 최종 감리에 소요되는 기간도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한 조선소 설계담당자도 “배를 기간 내에 건조할 수는 있겠지만 설계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나 제작상의 문제를 점검하고 보완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소 조선소를 돕는 차원에서 추경 예산이 책정됐다”며 “설계와 건조를 같이 발주하는 등의 방식으로 모두 기한 내에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낙동강에 투입될 수질조사선(예산 7억9200만원)은 강을 가로막은 보 8개로 인해 육로로 이동해야 할 형편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배를 차에 싣고 이리저리 다닐 수 있게 설계하라고 주문해 놨다”고 해명했다. 배를 트레일러에 싣고 이동할 경우 회당 100만∼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