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장모님 중소기업 다니는 사위 마음에 안드시죠?

#1. 결혼 2년차 박모(34)씨는 지난해 추석 연휴 친구들과 해외 여행을 떠난 아내와 크게 싸우고 부부관계를 청산했다. 처가와 자신의 부모 모두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 나름대로 노력해왔지만, 서로의 가족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는 아내를 더는 견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2. 주부 김모(38)씨는 이번 추석 연휴를 마친 뒤 '남의 편' 남편과 이혼을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시댁에 방문해 두 살배기 아들 보랴, 차례 음식 준비하랴 정신없는 김씨를 두고 남편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 TV 시청에만 열중했다. 심지어 음식이 맛없다며 핀잔을 주기까지 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 앞에서 언성을 높일 수는 없다는 생각에 꾹꾹 참던 김씨는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매년 추석 등 명절이 지나면 가사일 분담 등 부부갈등이 심화돼 이혼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이후 가사일 분담 등 부부갈등 심화…이혼건수 급증

17일 통계청의 최근 5년간 이혼통계를 보면 추석 등 명절을 지낸 직후인 10∼11월의 이혼건수는 바로 직전 달보다 평균 11.5% 가량 많았다.

추석이 있던 9월 이혼건수는 9137건이었으나 직후인 10월에는 9972건, 11월에는 9915건으로 800건 가량 껑충 뛰었다.

최근 5년간 명절 뒤 이혼건수가 가장 크게 증가한 때는 2008년 추석이다. 9월에는 6704건에 불과했던 이혼건수가 추석 뒤인 10월 9603건으로 43.2% 급증했다. 명절 여파에 더해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상황이 악화된 것도 이혼 급증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 vs 아내, 남성들도 명절 스트레스 호소

뿐만 아니라 추석 연휴 등 명절에 남성들도 여성 못지않은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결혼 6년차인 이모(39)씨는 "명절을 앞두고 아내 짜증이 유독 심해진다. 시골에 가도 힘들다고 티를 내는 아내와 아내 음식 솜씨를 못마땅해 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눈치 보면서 연휴를 보내는 것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최모(40)씨는 결혼한 지 6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처가 방문이 어렵기만 하다. 결혼 전부터 중소기업에 다닌다는 이유로 자신을 못마땅해 했던 장모와의 사이가 계속 껄끄럽기 때문.

그는 "처제가 지난해 의사와 결혼한 이후부터는 장모님이 동서와 끊임없이 비교한다"며 "그럴 때마다 자존심이 너무 상하고 '내가 왜 이런 대접까지 받아야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명절 이후 이혼건수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가사일 분담, 서로의 가족에 대한 도리 등으로 시작된 다툼이 평소 쌓였던 갈등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라면서 이같은 명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부간의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입으로만 '성평등'…실제 행동은 기성세대와 엇비슷

특히 30대 젊은 부부들의 경우 여성들은 성평등에 대한 의식이 확고한 반면, 남성들은 겉으로는 성평등을 말하면서도 인식은 아버지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제사 문화가 많이 남아 있고, 명절을 시댁에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여성과 남성이 서로의 입장과 의견을 나눠보고 합리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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