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9-27 08:51:15
기사수정 2016-09-27 08:51:15
윤봉길 후손에게 선물한 책과 같은 판본…"선행 지속돼 기뻐"
백범 김구가 1949년 서명해 윤봉길의 장남에게 선물한 책 '백범일지'(白凡逸志)를 지난달 윤봉길의 후손에게 돌려준 삼성출판박물관(관장 김종규)이 김구의 친필 서명이 담긴 또 다른 '백범일지'를 기증받았다.
삼성출판박물관은 김희동(64) 메카트로 대표이사가 추석 연휴 직전 보내온 '백범일지'의 공식 기증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2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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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동 메카트로 대표(사진 오른쪽)가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에게 `백범일지` 친필 서명본을 기증하고 있다. |
김 대표가 기증한 '백범일지'는 국사원(國士院) 출판사가 1948년 11월 11일 발행한 3판으로 삼성출판박물관이 기존에 소장하고 있던 책과 동일하다. 당시 편집자 겸 발행인은 김구의 아들로 올해 별세한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이며, 조선인쇄주식회사에서 인쇄됐다.
이 책의 앞쪽 속표지에는 '전병련(全炳鍊) 군 기념 기축년 이월 칠십사세 백범 김구 동흥중학(東興中學) 학생 우등성적'이라고 적혀 있다. 이 문구는 박물관이 윤봉길의 손녀인 윤주경 독립기념관장에게 준 책에 기록된 '윤종(尹淙·윤봉길 장남) 군 기념 기축년 이월 칠십사세 백범 김구'와 형식이 같다. 글씨가 똑바르지 않고 손을 떨어가며 적은 듯한 필체도 매우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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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앞쪽 속표지에 있는 김구 친필. 왼쪽은 백범이 윤종(尹淙)에게 보낸 책이고, 오른쪽은 전병련(全炳鍊)에게 선물한 책이다. [삼성출판박물관 제공] |
26일 삼성출판박물관을 방문한 김 대표는 "동흥중학은 중국 지린성 룽징(龍井)에 있었던 학교 같은데, 전병련이 누구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한 뒤 "김구가 많은 양의 백범일지에 서명을 해서 지인들에게 고루 나눠준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 대표가 이 책을 입수한 시기는 전남 함평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1970년이다. 당시 그는 학교에서 문학 클럽 활동을 했는데, 백범일지를 읽고 싶어도 절판된 상태여서 구할 수 없었다.
그는 "서울에 있던 1년 선배인 노진명 도화엔지니어링 대표가 청계천의 헌책방을 수소문해 한 권을 구매해 보내줬고, 몇 번 읽은 뒤 46년간 서재에 보관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출판박물관이 백범일지를 기증했다는 기사를 접한 뒤 그 빈자리를 채워줘야겠다고 결심했다"며 "그래야 책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백범일지'를 기증받은 김종규 관장은 "윤봉길 후손에게 책을 돌려줬듯, 이 책도 주인이 밝혀지면 그 자손에게 재차 기증하겠다"며 "그때까지는 잘 소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행의 릴레이가 이어져 매우 기쁘다"며 "우리 사회에 기부 문화가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