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컷의울림] 폐허뿐인 도시… 아름다운 교감

작고 어리고 연약한 생명에게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우리는 어른보다 아이의 죽음에 더 슬퍼하고 분개한다. 지중해 바다에서 익사한 수천명의 난민 중 그 어떤 죽음도 지난해 터키 해변에 시신으로 떠밀려온 시리아 난민 아기 아일란 쿠르디(당시 3세)만큼 세계인을 울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인류애에 머물 뿐 생명애(生命愛)로 뻗어나가지 못할 때가 많다. 시리아 알레포에선 사람들만 죽어나가는 게 아니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은 사육사 없는 감옥에서 굶주림과 폭격의 공포에 떨고 있다. 사람의 목숨조차 보잘것없는 곳에서 동물은 죽거나 말거나 한 짐승일 뿐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알레포 공습 현장에서 누군가 우리에 갇힌 개코원숭이에게 손을 내밀자 너무나 작고 보드랍고 연약한 손이 구멍에서 쏙 나온다. 작은 짐승을 걱정하는 마음, 이런 마음이 시리아를 쑥대밭으로 만든 사람들에게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얘야, 원숭이야, 미안하다.

이현미 기자·신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