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09-28 15:45:03
기사수정 2016-09-28 15:45:02
28일부터 '취업학생 출석 인정'도 부정청탁
대학들 대부분 관련 규정 마련 '검토 중'
시행 첫날 맞아 학생·교수들 설왕설래
#. 취업을 한 대학교 4학년 학생이 교수에게 찾아와 "제발 F학점은 주지 말아달라"고 간곡하게 부탁을 한다. 이 학생은 학칙에 명시한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이 부탁은 '부정청탁'이 된다. 교수는 거절해야 하고, 재차 요구하면 학생을 신고해야 한다. 만일 요구에 응하면 교수는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처벌대상이 된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에 따라 28일부터 대학가에서 새롭게 펼쳐질 수 있는 장면이다.
조기 취업을 한 학생이 취업계를 내면 강의에 나오지 않아도 출석으로 인정해주던 대학의 '관행'도 저촉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교수의 재량으로 취업 학생들을 배려해주던 대학가는 학칙 개정 등을 통해 근거를 '명문화' 시켜야하는 과제가 생겼다.
하지만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대부분 대학이 여전히 검토 혹은 준비 중인 상황이어서 학생들은 혼란스럽기만하다.
법 시행 첫날인 28일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 사이에서도 부정청탁금지법은 화제 중 하나였다.
이대 사회과학대학 3학년이라는 최모(22)씨는 "최근에 취업을 앞둔 동아리 선배가 그 문제로 고민하는 걸 봤다"며 "요즘 취업이, 특히 원하는 회사에 합격하는 게 굉장히 힘들지 않나. 투명한 사회를 만든다는 취지는 물론 좋지만 청년층을 위한 고민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자연과학대학 4학년 이모(25)씨는 "안 그래도 아침에 친구들과 부정청탁금지법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며 "어렵게 취업한 학생에게 다른 학생들과 수업일수를 똑같이 채우라고 요구하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대학들의 학칙 개정이나 근거 규정 신설에 가장 걸리는 부분은 미취업 학생들과의 차별 문제이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서울대 사범대학 3학년 김모(24)씨는 "차별이라고 느끼는 미취업 학생들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요새는 취업난으로 4학년 2학기에도 취업한 학생들보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훨씬 많다"며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됐기 때문에 이제는 대학과 기업이 채용·입사일정 등에 대한 공조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아직 취업하지 않았다는 연세대 문과대학 4학년 박모(25·여)씨는 "기본적으로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여론에 공감이 안 된다"며 "출석이 성적에 반영되는 비율은 어차피 미미하다"고 말했다.
교수들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대 사회과학대 한 교수는 "예전엔 4학년 학생이 찾아와 부탁을 하면 과제로 대체를 하라는 방식으로 들어줬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현재는 학교의 방침이 확정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이 이날 공개한 교육부 '2016학년도 재학생 취업자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료를 낸 127개(4년제 62·전문대학 65) 학교에서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취업하거나 취업 예정인 재학생은 4018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마지막 학기에 취득해야 할 학점이 10학점 이상인 재학생은 72.4%에 이르는 291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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