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0-01 01:14:22
기사수정 2016-10-01 01:14:22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를 해산하고 문화·체육사업을 아우르는 신규 통합재단을 설립하겠다고 어제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재단 설립과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연일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전경련은 사업 전문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문화·체육계 인사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외부 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기겠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의 사저와 가까워 박 대통령의 퇴임 후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근거가 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도 전경련 근처 여의도로 옮긴다. 진즉 설립 때부터 취했어야 할 조치들이라 만시지탄이다.
이번 조치는 전경련이 재단의 문제를 스스로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승철 상근부회장 아이디어로 재단을 설립했다면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당당했던 전경련이다. 공교롭게 그제는 K스포츠 정동춘(55) 이사장이 사임했다. 그는 지난 5월 취임 직전까지 강남구 신사동에서 ‘운동기능회복센터(CRC)’라는 스포츠마사지 센터를 운영했다. 5년 넘게 이 센터에 다닌 것으로 알려진 최씨가 이사장 선임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최씨 의혹의 불똥이 박 대통령과 청와대로 튀는 걸 막기 위해 전경련이 총대를 멨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야당은 재단 해체가 국정감사 정상화를 앞두고 미르 의혹을 감추기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두 재단을 둘러싼 의혹은 재단 해체로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경련 주장과 달리 재단 설립에 외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미르 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의 내부문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여기에는 ‘정부와 재계가 주관하는 법인 설립 추진’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정부’가 청와대를 뜻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얼마 전 국감에서 공개한 대기업 고위인사 녹취록에는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경련에 얘기해서 전경련에서 일괄적으로 기업들에 할당해서 (모금)한 거다”라는 내용까지 나온다.
두 재단을 해산하고 새롭게 탈바꿈하더라도 모금 과정과 비선 실세 개입 의혹 등은 밝혀져야 한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재단에 800억원 가까운 거금을 쾌척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