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알아듣는 가전제품… 영화 속 풍경 현실로

이통사 미래 먹거리 IoT 전쟁 ‘집에 들어가기 전 에어컨을 미리 켜놓고, 침대 머리맡에서 책 읽다 누운 채 전등을 끄고….’

더 이상 영화 속 상상이 아닌 현실의 풍경이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을 연결해 상호 소통하는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이 우리 일상 속으로 점점 더 들어오면서다. 이 놀라운 기술과 함께라면 손 대지 않고 내가 원하는 기능을 켜고 끌 수 있는 건 기본, 연결된 기기 자신들끼리 정보를 교류해 도출한 최선의 선택지까지 받을 수 있다. 한 마디로 인간 생활의 편의성을 높이는 미래형 기술의 핵심인 셈이다. 가정에서 각종 기기를 제어하는 스마트홈부터 재난안전, 에너지·교통 관리 시스템, 금융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활용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롯데하이마트 월드타워점 ‘홈 IoT 체험존’에서 모델들이 스마트폰으로 KT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홈 IoT 서비스를 시연해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주요 이통사들이 경쟁적으로 IoT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통신사업만으로는 성장 동력이 여의치 않은 탓에 사물인터넷, 스마트 홈서비스, 인공지능 플랫폼 등 다양한 미래형 먹거리들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가입자 40만 가구를 돌파하며 국내 홈 IoT를 선도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최근 산업 IoT 서비스를 최초로 소개했다. 지난달 22일 막을 내린 ‘스마트시티 이노베이션 서밋 아시아 2016(SCISA 2016)’에서 산업용 직캠(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 전송), IoT 차량안전운행(공장 내 차량 관리 솔루션), IoT 현장출입관리(작업자의 현장 출입을 감지하고 위험지역 접근 시 알림 제공), 스마트폰 무전기 등을 선보였다. 앞서 LG유플러스가 내놓은 ‘IoT에너지미터’ 역시 올여름 큰 호응을 얻었다. 실시간 및 월 예상 전기요금을 알려줘 폭염으로 인한 전기요금 관심이 높아진 지난 8월 판매량이 전월 대비 약 2.5배 증가했다. 실제 IoT에너지미터 사용 시 최대 약 42% 전기요금 절감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시간 및 월 예상 전기요금을 알려주는 LG유플러스의 ‘IoT에너지미터’.
KT는 SCISA 2016에서 IoT와 빅데이터 중심의 새로운 스마트시티 사업모델을 공개했다. 운동과 게임, 데이터 관리를 한번에 할 수 있는 ‘GiGA IoT 헬스 골프퍼팅·바이크’, 높이 센서를 통해 공사현장에서 추락 시 가동되는 ‘IoT 에어백안전대’, IoT 기반 교통신호 관제 솔루션인 ‘스마트 무선교통신호제어’ 기술 등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6일 인바디와 ‘홈IoT 신규서비스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IoT 헬스 시장 선도에도 나섰다. 가정용 체성분 분석기 등에 홈 IoT가 적용된 사업모델을 내놓고 혈압계, 신장계와 같은 스마트 헬스케어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지난달 9일에는 롯데하이마트 월드타워점에 KT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홈 IoT 체험존’을 오픈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규모로 홈케어, 헬스케어 제품, 가전제품 사물인터넷을 한자리에서 체험해 볼 수 있다.

SKT가 내놓은 인공지능 음성인식 디바이스 ‘누구’(NUGU). 스마트플러그를 통한 IoT 이용이 가능하다.
최근 SK텔레콤이 출시한 인공지능 음성인식 디바이스 ‘누구’(NUGU)는 스마트플러그에 연결된 기기를 음성인식으로 조작하는 IoT 기능을 탑재했다. 말로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 단계 발전한 IoT인 셈이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반도체 칩 제조사인 인텔과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탑재된 IoT 기기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어 쏘카에 IoT 전용망 ‘LTE-M’과 모바일 내비게이션 ‘T맵’을 적용해 한층 더 빠르고 똑똑한 차량공유서비스를 제공한다고도 밝혔다. 기존 3G 기반 커넥티드카와 달리 LTE 기술이 적용되면 실시간으로 차량 제어 및 관제가 가능해진다. SK텔레콤과 쏘카는 올해 말까지 시범테스트를 마치고 이르면 내년부터 쏘카에 LTE-M을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본격적인 IoT 시대를 앞두고 보안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달 23일 글로벌 보안업체 시만텍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IoT 기기를 노린 사이버 공격은 지난해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은 계속됐다. 공격자들은 IoT 기기를 단순히 감염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의 도구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에 보안 업계는 신성장 동력으로 IoT 보안을 설정하고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나섰다. 각종 센서와 소형 디바이스 성능 요건에 맞춰 가벼우면서도 보안성을 높인 ‘IoT 전용 보안 운용체계(OS)’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