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군 시설에 붙은 '혐오' 딱지… 해결책은?

군, 일방 추진 vs 주민 '내 지역은 안된다'… 갈등에 안보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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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지역에 혐오시설이 들어서서는 안 된다.” 쓰레기매립장, 화장장 등 혐오시설 입주에 반대하는 지역이기주의(님비·Nimby) 현상이 국가안보 분야로 번지고 있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군 공항이나 훈련장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재산권 침해와 환경 문제 등을 내세워 군 관련시설이 내 지역에 들어서는 것에는 손사래를 치는 것이다. 정부가 안보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데다 군이 체계적인 주민갈등 관리에 소홀한 점도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7월 서울역 광장에서 2천명의 성주군민이 참가한 '사드 배치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도 “사드 배치 반대”


지난달 30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으로 확정된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 주둔지 결정 과정은 지역주민 반발에 정부 정책이 어떻게 휘둘리는지를 보여줬다. 지난 7월 한·미가 성주군 성산포대를 사드 배치 장소로 발표하자 성주 주민은 사드 레이더 전자파 유해성 등을 이유로 강력 반발했다. 8월4일에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성주군에서 추천하는 새로운 지역이 있다면 면밀히 조사·검토하고, 그 결과를 정확하고 상세하게 국민께 알려드리겠다”며 불만을 다독였다. 대통령 발언은 제3후보지 물색으로 이어졌고, 성주골프장을 사드 주둔지로 변경했다. 인근 김천 시민 반대로 사드 부지를 둘러싼 갈등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핵심 무기의 배치 장소를 여론에 등떠밀려 바꿔치기한 국방부는 군색한 처지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불거질 여러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인 결과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북한의 5차 핵실험에도 반대 입장만을 고수한 성주군과 김천시는 지역이기주의 표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전·배상 요구에 시달리는 군 공항과 사격장


사드 배치를 둘러싼 지역의 반발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공군이 운영하는 군 공항과 육군 사격장은 소음 피해와 재산권 행사 제한 등을 이유로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

군 공항 인근 주민의 이전 요구로 추진 중인 ‘군 공항 이전사업’은 옮겨갈 후보지역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수원 군 공항의 경우 국방부가 지난달 13일 경기 남부 안산시·여주시·이천시·양평군·평택시·화성시 6개 지자체에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을 위한 협의를 오는 11일 갖자고 요청했으나 해당 지자체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대구 군 공항은 지난 7월 민간공항 통합 이전 의견이 제기돼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대구공항 통합 이전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민간과 함께 사용하는 공항이라는 점에서 수만명의 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을 의식한 경북도 지자체장들이 유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소음 피해를 우려한 지역주민은 결사반대다. 광주 군 공항 이전은 전남도 지자체장들의 반대로 사업 추진이 더디다.

군 공항 이전이 지연되면서 지역주민에게 지급되는 소음피해 배상금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정부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다. 공군이 운영하는 9개 군 공항과 사격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피해로 정부가 2005년부터 지난 8월까지 지급한 배상금은 5700억원이다. 대구(2634억원)·수원(1213억원) 등 도심과 인접한 군 공항의 소음배상금이 전체 배상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이전이 시급하다.

지난 6월22일 실시된 한·미 연합사격훈련에서 주한미군 아파치 공격헬기와 육군 K-1A1 전차가 전방 표적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육군 제공
공군의 작전임무 제한도 심각한 상황이다. 광주·대구·수원 군 공항은 건설 당시 인적이 드물었지만 인구 증가에 따른 개발이 가속화하면서 이제 도심에 자리하게 됐다. 소음피해를 호소하는 주민의 원성에 야간훈련은 제한되고 활주로 중간에서 전투기 이·착륙 훈련을 진행할 정도다.

29일 오전 군부대 포 사격중 155㎜ 포탄 1발이 떨어진 강원 철원군 갈말읍 신철원리 마을 주변에 파편을 맞은 나무가 부러져 있다. 연합
군 사격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포천시 사격장 등 군 관련 시설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달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안전보장 대책과 보상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포천 주민들은 미군 영평사격장에서 포병·전차·헬기 사격훈련이 진행되면서 지난 1년 동안 포탄이 6차례나 민가에 떨어지는 등 사고가 빈발하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국방부는 같은 달 22일 주한 미8군과 함께 영평사격장 갈등 해결을 위한 협의체인 ‘한·미 연합훈련 조정협의회’ 구성을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해결책은 없나

일각에서는 군부대가 주둔하거나 이전되는 지역에 특별법 등을 통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 당시 ‘주한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제주특별자치법에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관련 지역발전계획수립’ 조항을 신설해 주민 권익을 보호하고 지역 개발을 촉진한 사례가 있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지난달 30일 사드 배치 지역으로 성주골프장이 확정되자 “정부는 국방부와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경북도, 김천시가 참여하는 TF를 만들어 주민 불안 해소 대책과 지역 지원 방안을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휴전선 인근 접경지역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주민이 안보 문제를 고려해 재산권 행사 제한 등 불이익을 수십년째 감수하는 상황에서 특별법을 통한 경제적 지원 요구는 국가안보와 지역개발 이익을 맞바꾸는 이기주의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군 관계자는 “지방자치제 시행으로 지역의 권익보호가 우선되는 추세를 감안해 정부는 군사시설에 대한 갈등 조정을 더욱 체계화하는 한편 주민도 국가안보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지역이기주의 논란은 극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