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무법의 서해’ 언제까지 당할 건가

국제법 무시한 해적행위 좌시 못해 / 양국 관계보다 국민생명 보호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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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건 국가건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입는 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소위 G2의 미·중시대로 불리는 중국이 국제정치 및 경제라는 무대 위에서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지, 국제사회를 대표하는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국의 어깨에 무엇이 올라와 있는지 세계인들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조만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육박하는 경제규모, 세계 경제성장의 심장과 같은 엄청난 2차 산업 가동률, 동시에 매우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소비시장, 뿐만 아니라 전 세계 400여개의 공자아카데미의 설립 등이 세계인의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또 다른 중국의 현실이 우리 눈에 크게 들어오는데, 바로 소수민족 인권탄압, 동북아 하늘을 뒤덮는 미세먼지, 세계 에너지원을 빨아들이는 난(亂) 개발 등이 있고, 이 한가운데에 국제법과 관행을 무시한 불법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7일 인천해경 소속의 고속 단정이 중국어선과 충돌해 침몰했다.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우리 경비선을 고의로 충돌하고 침몰시킨 중국 어선은 본국으로 달아났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보도에 의하면 해경대원 8명이 중국 어선에 올라탔지만 나포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철수하는 사이 중국 어선은 유유히 달아났다고 한다. 그동안 쇠파이프나 흉기를 이용해 위협하는 중국 선원은 심심찮게 있었지만, 어선을 이용한 ‘충돌공격’에 의해 우리 단속정이 침몰한 것은 처음이다. 2014년 이후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출몰한 중국 어선은 2배 가까이 늘어났고, 이들은 거의 해적 수준으로 국제법을 무시하면서 우리 해역에서 불법 조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어선 30~40척을 우리 해안경비정 2척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전 세계 바다에서 조업 활동을 하고 있는 중국의 배는 2000척에 가깝고 일본,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 거의 모든 지역에서 해당 지역 국가와 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 가운데 인도네시아, 베트남, 아르헨티나, 남아공 등과는 해군의 발포가 동반된 위기국면이 조성되고 있지만 중국의 행태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작년 5월 인도네시아에서는 불법 조업한 중국 어선을 모아 놓고 폭파시켰다고 하니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우리도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저항하는 중국 불법조업 어선에 발포를 포함한 더욱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한·중관계는 눈부실 정도로 발전해 왔다. 한 해 한국과 중국의 상호 방문객은 연인원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그야말로 ‘동북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거침없이 자리 잡는다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동북아 사람’ 혹은 ‘동북아 공동체’로서의 삶은 각자의 모습과 위치, 그리고 관점에 따라 동북아 전체의 안정과 평화에 적극 기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불법조업은 동북아 사람들의 삶과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는가. 덩치가 커진 중국이 국격에 맞는 옷을 잘 차려입기를 바라지만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너무도 거리가 먼 모습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문제를 포함해 한·중관계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우리 국민의 생명과 이익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앞뒤를 따질 일은 아니다. 해답이 명백한 일을 돌아갈수록 국민의 실망만 커질 뿐이므로 불법 조업에 대해선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 서해를 공유하고 있고 NLL이라는 미묘한 문제까지 겹쳐 해군력을 동원하는 해외 사례까지는 적용이 어렵겠지만 인력과 장비 확충은 물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물리적 수단의 범위와 수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지진 사태까지 겹쳐서 출범 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국민안전처가 11일 대책을 발표했다. 우리의 해양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의지가 얼마나 강력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