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0-13 18:31:26
기사수정 2016-10-13 22:02:50
여야 막판까지 정면 충돌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막바지까지 청와대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개입 의혹을 둘러싼 공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13일에도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딸과 관련한 새로운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대다수 상임위에서 공세를 이어나갔다. 여당은 야당이 정치공세로 국감을 방해한다며 방어에 나섰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씨의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씨가 이화여대 재학 중 출석과 학점에서 ‘특급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정씨는 수업 결손 시 공문서 제출을 통해 출석을 인정받는 학사관리 내규 지침과는 달리 최씨와 함께 한 방문 면담 한 차례만으로 출석이 인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씨는 출석 없이도 모든 과목에서 B학점 이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대가 지난해 9월 실기우수자 학생들의 최종 성적을 절대평가로 최소 B학점 이상 주는 내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일반인 상식으로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특혜인 만큼 배후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14일 교육부 대상 종합감사에서 다시 추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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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이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과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던 중 목이 타는 듯 물을 마시고 있다. 이제원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대상으로 한 교문위 종합감사에선 야당은 두 재단 의혹에 대해 파상공세를 폈다. 더민주 전재수 의원은 “미르재단 관련 자료제출 요구에 문체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승래 의원은 “지금 전경련에서 두 재단을 통합하겠다고 한 상황인데, 전경련이 그럴 권한이 있는지 문체부는 제대로 검토 안 했나”라고 추궁했다. 이에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전경련의 입장 발표일 뿐이고 통합은 재단 이사회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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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
여당은 문체부 편들기로 일관했다. 새누리당 곽상도 의원은 전날 더민주 인재근 의원이 “미르재단 유급직원 6명의 평균연봉이 9218만원”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조 장관에게 확인을 요청했고, 조 장관은 “(평균연봉이) 5300만원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권이 사실에 기초하지 않고 무리한 부풀리기 공세를 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한선교 의원 역시 “차은택·최순실이 누구기에 국감 3주 동안 그것만 얘기하느냐”며 문체부 감싸기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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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
현 정부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도 논란이 됐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해외토픽감이며 세계적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조 장관은 “그런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받았다”며 전면 부인했다. 기획재정위와 법제사법위 국감에서도 두 재단 의혹을 놓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감에선 더민주 소속 심재권 위원장이 국감 개시 발언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무효화와 화해·치유재단 해체를 요구하자, 이에 여당이 반발하며 파행을 겪었다. 국회 최다선인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은 “위원장이 너무 일방적이면 회의를 못한다. 과거 자기(야당)들 집권할 때는 북한에 2조6000억원이라는 엄청난 자금을 준 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다. 도대체 양심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회의 시작 약 40분 만에 집단 퇴장했다. 이후 여야 간사 간 협의로 재개된 회의에서 심 위원장은 “위원장으로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도형·이동수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