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학교폭력의 진화…신체폭행 줄었지만 '언어폭력' 늘었다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답한 중·고교생은 줄어든 반면, 초등학생은 되레 늘었습니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 10명 중 7명은 초등학생이었는데요. 특히 초등학교 4학년의 피해응답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보통 초등학교 3~4학년 때 또래관계가 활발하게 형성되면서 갈등이 많아지는데, 이를 학교폭력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또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학업 부담이 늘면서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학생들의 행동이 다소 과격해지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학교폭력 피해 건수가 줄어든 것은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미리 조심하게 돼 전반적인 건수가 감소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왕따'나 '언어폭력'과 같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제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전반적으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줄고 있지만, 초등학생은 학교폭력 피해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올해 3월21일부터 4월29일까지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에 대해 온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교육부는 매년 두 차례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초등학생 학교폭력 피해 ↑

이번 조사에는 재학생 456만명 중 423만명이 참여, 지난해 9월부터 조사 시점까지 학교폭력 관련 경험에 대해 답했다.

학교폭력 피해를 본 학생은 3만9000명, 0.9%로 나타났다. 지난해 1차 조사 때보다 0.1%P, 5000명 줄어든 수치로 2012년 이후 5년 연속 감소했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 감소가 전체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착시 현상'이란 지적에 대해 교육부는 전체 학생 수 감소율(-4.0%)이나 조사참여 학생 감소율(-3.8%)보다 피해 응답 학생 수 감소율(-11.4%)이 상대적으로 큰 만큼 피해 학생이 줄어드는 추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를 봤다는 학생 비율은 △초등학교 2.1%(2만6400명) △중학교 0.5%(7100명) △등학교 0.3%(5200명)였다.

◆학교폭력 피해학생 감소는 '착시 현상'?

지난해 1차 조사 대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각각 0.2%P, 0.1%P씩 감소했지만 초등학교에서는 0.1%P 증가했다. 초등학생은 전체 피해학생의 67.9%를 차지했다.

특히 초등 4학년의 피해 응답률이 3.9%로 5학년(1.6%), 6학년(0.9%)보다 높게 나타났다.

교육부는 초등 4학년은 학교폭력 개념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아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면서, 매년 1차 조사 때는 피해 응답률이 높다가 2차 조사 때 감소하는 경향이 반복되고 있어 2차 조사 결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중·고교보다 초등학교에서의 피해 응답률이 높게 나타나 초등학생 맞춤형 학교폭력 대책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어폭력 > 집단따돌림 > 신체폭행 順

피해 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이 34.0%로 가장 많았고, 이어 △집단따돌림(18.3%) △신체폭행(12.1%) 순이었다.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장소는 '교실 안'(41.2%)과 복도(10.9%) 등 주로 학교였다. 가해자는 '같은 학교 같은 학년 학생'이라는 응답이 67.4%로 가장 많았다.

가해 경험이 있는 학생은 0.4%(1만6000명)로, 지난해 1차 조사 때보다 0.06%P(3000명) 줄어들었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2.5%로, 지난해 1차 조사 때보다 0.5%P 감소했다.

◆10명중 8명 "학교폭력 피해 주변에 알린다"

피해 후 주위에 알리거나 신고했다는 학생은 80.3%로 지난해 1차 조사 때보다 0.7%P 늘었다. 알리거나 신고하는 대상은 △가족(39.8%) △학교(21.4%) △친구·선배(15.3%) 등 순이었다.

학교폭력 목격 뒤 알리거나 도와줬다는 응답은 87.3%로 지난해 1차 조사 때보다 2.1%P 늘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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