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0-17 18:30:35
기사수정 2016-10-20 17:16:13
웰스-X, 세계 부호 '부의 원천' 조사
전 세계 갑부들 부의 원천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만 유독 ‘금수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 기록은 갑부들 절반 이상이 자수성가했는데 우리나라는 33.3%, 세계 최하위권이었다. 반면 국내 갑부들의 명문대 졸업 비율이나 MBA(경영학석사) 이수 비율은 세계 최고다. 갑부들의 세계에서도 유독 우리나라는 자산을 상속받고, 좋은 교육을 받은 금수저가 많다는 얘기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외신동향에 따르면 국제자산정보회사인 ‘웰스-X’와 듀크대 연구진은 최근 자산 3000만달러(약 330억원) 이상인 전 세계 초고액자산가(Ultra High Net Worth·UHNW·이하 갑부) 1만8245명의 교육 정도와 상속 여부, 종교, 정치성향 등을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세계 부호들의 동향을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웰스-X와 스위스 금융사 UBS가 보유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각종 기초 통계 정보가 확인된 부호를 추려낸 이 명단에 우리나라는 51명이 이름을 올렸다. 세계 갑부 규모는 지난해 21만2615명으로, 이 가운데 미국이 6만9350명, 중국이 1만2050명이다. 우리나라 갑부 규모는 2014년 자료만 공개된 상태인데 당시 1390명으로 파악된 바 있다.
이들 가운데 1만8245명을 추려내 분석한 보고서는 갑부들 부의 원천을 ‘상속’, ‘상속 자산 증식(상속+자수성가)’, ‘자수성가’로 구분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수성가형 부호 비율이 33.3%에 불과했다. 조사대상 53개국 중 47위로 우리나라보다 자수성가 부호 비율이 적은 곳은 칠레, 벨기에, 쿠웨이트, 스위스, 그리스, 독일, 오스트리아뿐이다. 세계 평균은 63.8%를 기록했다.
세계 갑부들의 ‘명문대 졸업’, ‘MBA 이수’ 여부 등도 관심을 끌었다. 우리나라 부호는 유독 세계 유명대학 명단 등에 이름이 올라있는 명문대 졸업자 비중이 78.40%로 가장 높았다. 53개국 평균은 30% 정도에 불과했으며 미국 33%, 스웨덴 48%, 일본 30%, 중국·프랑스 23% 수준이다. 우리나라 부호는 경영학석사 비율도 29.40%로 최고였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역동성이 특징인 한국 경제는 그만큼 신분 수직 상승이 가능한 ‘성장하는 경제’였는데 (이번 보고서는)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이 같은 사회 역동성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라고 말했다. 한편 보고서는 세계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하버드대 출신 국가별 갑부 비율도 따로 공개했는데 필리핀 10.70%, 콜롬비아 9.30%로 미국 9.00%보다 높았다. 우리나라는 하버드대 출신 갑부가 5.9%를 차지했는데 이 역시 상위권이다. 주요국에선 프랑스 4.3%, 영국 3.6%, 중국 1.7%, 일본 1.5% 등이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