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대통령의 ‘최순실 의혹’ 해명 민심과 거리 멀다

“엄정히 처벌받을 것” 언급
의혹 규명보다 재단 두둔
수사 지침 제시 비판 일어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만약 누구라도 재단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했다. “더 이상의 의혹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감독기관이 감사를 철저히 하고 모든 것이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지도·감독해주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국민적 의혹을 받고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두 재단 운영의 문제점을 일부 인정해 수사와 시정을 지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야당과 언론의 의혹 제기를 정치공세로 일축한 무대응 기조가 바뀐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뒤 침묵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엄정 수사 메시지가 떨어진 만큼 눈치 보지 말고 두 재단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사안의 심각성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며 두 재단 관련 입장을 길게 설명했다. 대부분 두 재단 설립 취지나 목적이 민간 주도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순수한 것으로,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상황 인식이 시중 여론과 동떨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박 대통령이 특히 두 재단의 설립 배경과 활동을 조목조목 설명한 것은 그동안 쏟아진 의혹을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주도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두 재단의 설립은 재계가 주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두 재단의 각종 해외순방 사업과 활동도 당초 취지에 맞는 것으로 “큰 역할을 했다” “매우 탁월한 발상의 사업” “한식의 세계화와 위상 제고에 큰 도움” 등의 긍정 평가로 일관했다. 박 대통령은 “이처럼 의미 있는 사업에 대해 의혹이 확산되고 도를 지나치게 인신 공격성 논란이 계속 이어진다면…”이라고 했다. 여론에 떠밀려 시늉에 그치는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 상당수는 비정상적인 두 재단 운영과 ‘정권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모녀의 유착 의혹을 ‘권력형 비리’로 의심하고 있다. 최씨 모녀의 온갖 부적절한 행태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데도 박 대통령은 ‘나와는 별개’라는 투다. 심지어 최씨가 ‘대통령 연설을 수정하기 좋아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이화여대 입학·학점 특혜 의혹을 받는 딸 정유라씨는 SNS에 올린 ‘돈도 실력이야’라는 글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박 대통령의 어정쩡한 해명으로 넘어가기에는 사태가 너무 커져 버렸다.

박 대통령은 “각종 의혹이 확산되고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우리가 처한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했다. 두 재단을 둘러싼 의혹이 ‘최순실 게이트’로 확대된 것은 청와대가 모르쇠로 일관한 탓도 크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불필요한 논란이 중단되기를 바란다면 의혹 해소에 앞장서야 한다. 적극적인 진상 규명 의지를 밝히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