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0-21 18:39:40
기사수정 2016-10-21 22:19:29
검찰 인력 늘려 사실상 특수팀 꾸려/문체부 간부·재단 관계자 줄소환/최씨 ‘호가호위’가 사건 본질 무게/해외 체류… 직접조사 시일 걸릴 듯/재단 설립 경위 추적도 남은 과제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 인력을 대폭 늘려 사실상 특별수사팀을 꾸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엄정한 처벌’을 지시한 이후 관련자들이 검찰에 줄줄이 소환되면서 현 정권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와 두 재단을 둘러싼 의혹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21일 검찰에 따르면 최씨 사건 주임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한웅재 부장검사가 맡고 있다. 이달 초 사건 배당 직후만 해도 한 부장검사가 부하 검사 1명을 데리고 수사했는데, 여기에 검사 4∼5명이 추가로 투입돼 웬만한 형사부 1개 규모와 맞먹는 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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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21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 참석해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일각에서는 전날 박 대통령이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검찰은 전날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급 간부들을 소환한 데 이어 이날도 재단 관계자들을 줄줄이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검찰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최씨 등 재단 관계자들의 통화 내역도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현 정부 비선실세로 꼽히며 재단 운영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을 받는 최씨에 맞춰지고 있다. 처음 두 재단 관련 의혹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청와대가 설립에 개입한 것 아닌가’, ‘대기업들이 청와대의 강요로 재단에 거액을 몰아준 것 아닌가’ 등 의문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그런데 청와대가 엄정한 수사를 지시하며 차츰 최씨의 ‘호가호위’가 사건의 본질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최씨가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들먹이고 다니며 재계와 체육계 인사들에게 ‘갑질’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최씨가 두 재단 인사에 개입한 정황, 최씨의 개인회사인 더블루케이·비덱코리아와 K스포츠재단의 연관성 및 그를 통한 재단 자금의 유용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되며 급기야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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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씨는 현재 승마선수인 딸 정유라씨와 함께 외국에 체류 중이다. 그 때문에 검찰이 최씨를 직접 조사해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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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21일 “최순실 씨의 딸(정유라)이 국제승마연맹 홈페이지 개인 소개란에 자신을 삼성 소속으로 소개하고 아버지인 정윤회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고 전 세계적으로 홍보했다”고 공개했다. 사진은 국제승마연맹(FEI) 홈페이지의 정씨 프로필 캡처 화면.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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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이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과 이철성 경찰청장 등 행사 참석자들이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최씨가 K스포츠재단 인사에 개입하고 재단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 못지않게 두 재단의 설립 경위를 밝히는 것도 여전히 검찰 앞에 남아 있는 과제다. 청와대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대기업들이 한류 확산과 스포츠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았다”는 입장이나 800억원가량을 신속히 모금하는 데 청와대가 어떤 식으로든 개입했을 것이란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란 K타워 프로젝트 참여 등 그간 미르재단의 활약상을 상세히 소개했다. 하지만 ‘갓 설립된 재단이 그런 굵직한 사업에 참여한 것 자체가 특혜 아니냐’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