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류한류] 주민등록번호 도용범 잡고보니 친형

“저는 단속된 적이 없는데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에 사는 정모(48)씨는 자기 앞으로 날아온 범칙금 통고서를 보고 황당했다. 기억에도 없는 ‘무전취식’ 혐의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누군가 명의를 도용한 것 같다”며 종로경찰서에 통지서를 들고 가 신고했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바탕으로 서울역 일대 탐문수사를 벌인 결과 범인은 바로 정씨의 한 살 터울 형(49)이었다. 동생을 비롯해 가족과 연락을 끊은 채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노숙한 그는 올해 5월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설렁탕과 소주를 먹고 밥값을 내지 않는 등 2013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6차례에 걸쳐 무전취식, 음주소란 등으로 경찰에 단속됐다.

정씨는 그때마다 한 살 아래 동생의 주민등록번호를 대고 서명도 위조했다. 범칙금이 항상 동생에게 나온 것은 그런 이유에서였다. 경찰은 정씨 형을 붙잡을 때마다 사진·지문 조회를 통해 신원을 확인했지만 그는 한 번도 들통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사진 속 얼굴이 형과 비슷했거나 지문조회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대개 이런 범죄는 가족 등 친·인척이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은 형 정씨를 상습사기 및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