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0-25 15:47:02
기사수정 2016-10-25 16:49:40
10년 전 일본에서 '초식남'이란 신조어가 탄생했다.
초식남은 초식동물처럼 온순하고 점잖은 남성을 뜻하기도 하지만, 여성을 두려워하고 이성과의 관계를 만들지 않고 자신의 취미나 생활 등에 몰두한다는 이미지도 있다.
첫 번째는 이 말을 만든 사람이 붙인 의미이고, 두 번째는 페미니스트들이 지어 붙인 의미로 10년이 지난 지금은 대부분 두 번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에 이 말을 만들고 TV나 신문에서 대중화한 마케팅 평론가 우사쿠보 메구미와 닛케이 비즈니스 칼럼니스트 후카자와 마키는 남성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말문을 열었다.
"돌이킬 수 있다면 10년 전 원고를 꺼내 고치고 싶다. 초식남으로 불리는 남성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한 후카자와는 "초식남이란 말은 원래 남성들을 응원하고 칭찬하며 여성을 존중해달라는 의미로 만든 말"이라고 했다.
후쿠자와는 버블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인 아버지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30대 남성들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해 온화한 성격에 살생하지 않고 크게 동화하거나 흔들리지 않는 등 마치 부처님 같은 이미지를 남성들에게 전달해 여성을 아래가 아닌 대등한 입장으로 끌어올리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 잡지가 "우리가(여성이) 인기 없는 이유는 초식남 탓이다"라는 황당한 특집을 기획. 이를 계기로 부정적 이미지가 한층 두드러지며 사회에 퍼져나갔다.
후카자와는 "남성 탓만 하지 말고 여성도 분발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유행으로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생각은 크게 빗나갔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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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죄인이 된 초식남들. 요즘 유행어로 의문의 1패다. |
그후 2008년 리먼 쇼크로 경기가 악화하자 언론들은 애꿎은 초식남을 다시 들먹이며 '초식남의 증가로 차가 안 팔린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는 지경에 이르러 '사실은 이렇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한마디로 묻혀버렸다고 후카자와는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여성들은 남성들로부터 이렇다저렇다 말을 듣거나 어떤 이슈가 발생하면 남성 탓을 하며 '아저씨들로부터 저주받는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초식남들은 그들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지금 남성들은 윗세대와 비교하면 신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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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평론가 우사쿠보 메구미(좌)와 닛케이 비즈니스 칼럼니스트 후카자와 마키(우) 초식남이란 말을 만들고 알린 사람들이다. |
한편 후카자와는 저출산의 원인으로 초식남이 지목된 것도 누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성들의 마초적인 이미지가 강한 한국에서도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며 "마초맨이 많다는 이유로 아기가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 닛케이비즈니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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