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한 달째 지지부진… 최씨 모녀 행방조차 모른다

검찰은 뭐 하나 / 수사팀 내부 자조적 목소리 / 최씨 모녀 발빠른 증거인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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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25일 “JTBC로부터 삼성 태블릿 1개를 받았다”고 밝혔다.

JTBC는 전날 저녁 뉴스에서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박근혜 대통령 연설문 초안을 파일로 받아 보관해왔다’고 보도한 직후 자사가 입수한 최씨 소유의 태블릿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태블릿에 들어 있는 파일은 수사 단서로 삼을 부분이 있으면 수사에 참고하겠다”고 담담히 말했으나 수사팀 안팎에는 ‘검찰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언론사의 협조를 받는 것은 더러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사건에서 핵심 증거물을 놓치고 뒤늦게 언론사에서 제공받은 것은 분명 이례적이다. 검찰이 국내에 있는 최씨 거주지와 회사 등을 신속히 압수수색했다면 문제의 태블릿 확보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최씨, 그리고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지난 9월29일이다.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검찰은 최씨 행방조차 모르고 있다. 최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딸인 승마선수 정유라씨와 함께 최근까지 머문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집을 비우고 잠적했다.


검찰은 “독일 내에 있는 것은 확인됐는데 정확한 소재는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여러 언론사가 독일로 기자를 보냈으니 (최씨를) 찾으면 알려 달라”고 되레 언론에 부탁했다.

검찰은 처음부터 이 사건을 단순 고소·고발사건으로 간주해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 대신 형사부에 맡겼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부장검사를 주임검사로 지정했다고는 하나 사건 배당 후 20일 넘게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담당 검사도 주임검사인 부장검사를 포함해 3명에 그쳤다.

지난 20일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재단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는 엄정히 처벌하라”고 지시하며 검찰이 갑자기 바빠졌다. 재단 설립을 인가한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를 불러 조사하고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최씨 등 재단 관계자들의 통화내역 조회에 나서는 등 부산을 떨었다.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 등이 최근까지 거주한 것으로 보이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 슈미텐 그라벤비젠벡 8번지 전경.
연합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와 딸 정유라 씨 등이 최근까지 거주한 것으로 보이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 슈미텐 그라벤비젠벡 8번지 주택의 내부 모습. 한국 라면과 과자 봉지 등이 버려져 있다.
연합
그러는 사이 최씨가 독일에서 비덱 타우누스 호텔과 주택 3채 등 대규모 부동산을 사들이고 일부는 스무살 대학생인 딸 정씨 명의로 구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자금의 출처는 물론 돈이 한국에서 독일로 송금된 과정, 최씨가 정씨에게 증여한 경위 등을 둘러싸고 의문이 증폭됐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 최씨 본인과 주변인들의 자금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뒤늦게 계좌추적 경험이 풍부한 특수부·첨단범죄수사부·공정거래조세조사부 검사를 투입해 수사팀을 검사 7명 규모로 늘렸다.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일부 재단 관계자는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참고인 중 일부는 연락이 닿지 않아 소환조사 일정을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씨와 나란히 두 재단 관련 의혹의 정점에 선 CF감독 출신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도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어 당장은 조사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이번주 안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이승철 부회장과 최씨 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 전 더블루K 대표 등을 불러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씨는 ‘최씨가 박 대통령 연설문을 고친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인물로 최근 최씨와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펜싱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고씨는 박 대통령이 한때 들고 다녀 유명해진 ‘빌로밀로’ 가방 제조사 운영자인데, 외국에서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2010년 국내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