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소액화 추세에 더치페이 확산까지…고민스런 카드사들

정액제 유지 삼성·롯데·우리카드, "당분간 상황 지켜보겠다"

소액결제 더 늘어나면 역마진 확대로 정률제 전환 불가피할 듯

카드결제 소액화 추세에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각자내기(더치페이) 유행으로 소액결제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밴(VAN)사에 수수료를 '정액제'로 지급하는 카드사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액제는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카드 결제 금액과 관계없이 일정한 금액으로 정한 것이고, 정률제는 결제금액에 일정한 비율로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정액제의 경우 카드 결제 금액이 소액이면 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결제액의 일정비율로 받는 수수료보다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통상 건당 100~120원)가 더 커져 카드 결제가 많아질수록 손실이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아직 정률제로 전환하지 않은 카드사는 삼성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 세 곳이지만 이들은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카드는 올해 6월 밴사와의 계약에서 정액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아직 정률제 전환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아직 어떤 게 정답이라고 나온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경영환경에 맞게 기간 데이터가 나오면 보고 움직일 것"이라며 "우리도 손해보는 걸 계속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BC카드 회원사인 우리카드는 지난 3월 밴사와 협상을 끝내고 정액제와 정률제를 혼용하고 있다. 소액결제 보편화에 따른 변화다.

BC카드 관계자는 "이미 밴사와의 협상을 통해 정액제와 정률제를 혼용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이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업카드사인 삼성카드는 올 1월 정률제 전환 대신 정액제 유지를 택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김영란법을 시행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고 추이가 어떻게 될 지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추이를 보며 방안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밴사와의 계약이 다 체결된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맞춰나갈지, 다른 방식으로 할 지를 봐야 하는데 조금 수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전 카드사가 정률제로 전환하는 것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정액제·정률제 문제는 개별 카드사와 밴사의 계약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추진할 수도 없는 사안이고, 추진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카드 평균결제금액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여신금융협회가 올 8월 발간한 '카드승인실적 분석' 자료를 보면 공과금을 제외한 전체카드 평균결제금액은 3만8320원으로 집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제 8월을 기준으로 2013년 4만7314원이던 평균결제금액은 2014년 4만6090원, 지난해  4만3816원에 이어 올해는 4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29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영향으로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되면서 소액결제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정액제를 유지하고 있는 카드사들로서는 대책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미 정률제 전환을 시행한 신한카드, 현대카드, KB국민카드에 이어 하나카드도 내년부터 정률제 전면 전환을 밝힌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드사 관계자는 "소액결제 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어 카드사들이 정액제를 유지했을 때 사실상 역마진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률제는 소액 결제가 몇 년 새 폭발적으로 증가하다 보니 카드사가 일종의 고통분담 하는 방식으로 밴사에 설득하면서 이뤄진 것"이라며 "정률제 외에는 부가 서비스를 축소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세계파이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