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0-28 18:44:47
기사수정 2016-10-28 22:18:31
“비대위라도 꾸려 국면 극복해야” / 정병국·나경원 등 회동 대책논의 / 유승민·오세훈 등 위원장 거론 / 친박은 침묵… 외부활동 자제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파문의 여파로 여권 권력지형이 재편될 조짐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주류 친박(친박근혜)계는 대체로 침묵하고 있는 반면, 당청 쇄신론과 지도부 책임론을 외치는 비박(비박근혜)계는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적극 개진하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비박계 5선 정병국 의원은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의 상황이) 최악이고 어려우니까 어떤 방법이든 동원해서 한 번 치유해 보자는 것”이라며 “비대위가 아니라 비비대위라도 꾸려 이 국면을 극복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고 친박 지도부를 압박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안타깝지만 이 대표는 리더십을 상실했다”며 “당과 국가를 위해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을 비롯해 나경원, 김성태, 김용태, 홍일표, 황영철, 권성동 등 비박계 의원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정국 수습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당장 통일된 방침을 정하진 않았지만,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대응을 지켜본 뒤 추후 단체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친박계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후 발언권이 극도로 위축된 모습이다. 친박 일색 지도부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생략한 채 비공개로 회동했고, 이날은 아예 당무회의를 개최하지 않고 국회 상임위 일정을 제외한 외부활동을 자제했다.
당내에서는 현 지도부가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을 향해서만 인사교체를 요구한 것은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이날 조건부로 지도부 총사퇴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친박 일색인 현 지도부가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가동되면, 청와대와 거리를 두고 당 쇄신작업을 단행하는 차원에서 비박계 인사가 주축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고 있다. 유승민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비박계 잠룡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당 관계자는 “비대위가 꾸려진다고 해도 마땅한 외부인사를 찾기 어렵다”며 “2011년 말 ‘박근혜 비대위’ 체제로 당명을 바꿔 위기를 돌파한 것처럼 대권주자가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장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비대위원장의 경우 ‘당권·대권 분리’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당헌을 개정한 바 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