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0-30 20:45:52
기사수정 2016-10-30 20:45:52
‘호스피스 연명법’ 시행 1년 앞둬
이용률 10%대… 미국 40%대와 대조
국민 73% “호스피스 이용하겠다”
대상 질환 종류도 크게 늘려야
기관·인력 부족, 활성화에 걸림돌
환자·가족 아직 부정적 인식 높아
별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여 꿈처럼 행복했던 사랑이여/머물고 간 바람처럼 기약없이 멀어져간 내 사랑아/한송이 꽃으로 피어나라 지지 않는 사랑의 꽃으로/다시 한 번 내 가슴에 돌아오라 사랑이여 내 사랑아
2011년 12월 서울의 한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유심초의 ‘사랑이여’가 조용히 울려퍼졌다. 결장암 판정을 받고 세상을 뜬 이준우(52)씨가 생전 가장 좋아하는 곡이었다. 잠든 고인은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고, 가족들은 흐느꼈다. 고인이 병을 알게 된 건 2009년 배에 통증을 느껴 병원을 찾은 뒤였다. 이후 수술을 했지만 상태는 악화됐고, 결국 이 호스피스 병동을 찾았다. 가족은 마지막으로 그를 위해 고인이 아내와 처음 만난 12월14일을 맞아 작은 이벤트를 열었고 결국 그는 세상을 떴다.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다. 모든 이별이 그렇듯 죽음을 앞둔 환자나 가족들은 커다란 슬픔에 맞닥뜨린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자체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상 환자와 가족들은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환자의 통증 관리 등은 물론 존엄한 죽음을 위한 ‘호스피스 병동’이 절실한 이유다.
◆ ‘죽음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낮은 호스피스 이용률
호스피스는 말기 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는 물론 환자 가족을 위해 통증, 증상 완화 등 신체적 치료는 물론 심리사회적, 영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치료 관리하는 의료를 말한다.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간 환자는 단순한 생명 연장이 아닌 전문가들의 안전한 ‘돌봄’과 함께 남은 삶을 준비하게 된다.
누구나 피하고 싶어하는 죽음을 어떻게 하면 삶의 자연스러운 한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환자와 가족 모두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인생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죽음의 과정을 ‘부정-분노-타협-절망-수용’의 5단계로 나눠 구분했다. 처음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말을 들은 환자는 현실을 부인하다 ‘왜 하필 내게만 이런 일이 있어났나’며 분노한다. 이후 환자들은 ‘우리 딸 시집가는 모습만 보게 해달라’며 죽음을 뒤로 미루고 싶어하는 타협의 단계를 거쳐 고독과 슬픔을 절감하게 된다. 이후 들쭉날쭉하던 감정의 기복이 잦아들고 임박한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2014년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전국의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원하는 마지막 임종 장소는 집(57.2%)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 기관(19.5%), 병원(16.3%), 요양원(5.2%) 순이었다. 이들은 편안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삶의 마지막을 맞길 원하지만 간병할 가족이 마땅치 않은 현실에 ‘죽음의 질’은 이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낮을 확률이 크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호스피스 이용률은 13% 정도다. 미국(43%)이나 대만(30%)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준이다.
◆국민 73%, “호스피스 이용하겠다”… ‘존엄사’ 역시 권리
지난달 서울의대 윤영호교수연구팀과 국립암센터 이근석교수연구팀이 ‘호스피스 연명의료법’ 시행을 1년 앞두고 일반국민 1241명과 의사 85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는 국민은 전체 조사대상자 중 73.3%인 것으로 조사됐다. 의사의 경우 이보다 높은 98.7%가 서비스 이용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현재 호스피스 대상 질환이 암·에이즈·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만성간경화에 한정된 점에 대해서는 국민 76.1%, 의사 81.3%가 “형평성에 어긋나 있다”고 답변했다. 앞으로 호스피스 대상 질환 종류를 더욱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에서 호스피스 병상과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에 대해서도 일반인 90%와 의사들 91%가 “말기환자 및 임종환자 돌봄을 위한 전문 인력 훈련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의사(95%)의 경우 일반인(84.9%)에 비해 ‘말기환자의 삶과 죽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활동’이 필요하다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인으로 일반국민은 ‘다른 사람에게 부담주지 않음’을 22.4%가 꼽았으며, 의사들의 31.5%는 ‘가족이나 의미 있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응답했다.
간병 관련 방안별 필요성에 대해서도 일반인과 의사의 시각이 갈렸다. 일반인 96%는 가족들이 직접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변한 반면 대부분의 의사들(96%)은 건강보험에서 수가를 지원하는 간병 도우미(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요양보호사)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활성화의 주된 장애물로 일반국민의 24.3%는 ‘통상적 치료를 끝까지 하려는 환자나 가족의 태도’를 꼽았으며, 의사들의 25.8%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관련 기관 및 인력의 부족’을 가장 주된 장애물로 꼽았다. 의사들(19.1%)과 일반국민(22.6%) 모두 공통적으로 환자 및 가족의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서비스 활성화의 장애물로 인식하고 있었다.
연구를 총괄한 윤영호 교수는 “사전의료계획이 무엇인지 알리기 위한 대국민 홍보 전략을 구축하고 범부처 웰다잉종합계획을 수립해 앞으로 국민이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는 데 큰 혼란이 없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