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0-31 01:22:59
기사수정 2016-10-31 01:22:59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이 또 불발됐다. 최순실 의혹 검찰특별수사본부는 어제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등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려 했으나 무산되고 말았다. 검찰은 전날에 이어 어제도 청와대의 저지로 사무실에 강제 진입하지 못한 채 영장에 적힌 자료만 건네받았다. 국민의 공분을 깨닫지 못하는 한심한 처사다.
청와대는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검찰에 협조를 기본으로 하되 자료는 임의제출’이라는 원칙을 고수한다. 국가 보안시설인 만큼 임의제출이 법 규정과 관례라는 것이다. 말문이 막힌다. 그간 외교·안보 현안까지 최씨에게 넘겨준 청와대가 뒤늦게 국가 기밀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어불성설이다.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청와대가 특별수사본부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비밀취급을 인가하면 된다. 압수수색도 전례가 없다지만 현직 대통령이 국가적 범죄에 개입한 것 자체가 미증유의 일이지 않은가.
안 수석은 최씨와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800억원대 기금 모금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문고리 3인방’ 중 1명인 정 비서관은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등을 최씨에게 사전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핵심 당사자와 관련한 압수수색을 가로막고서 어떻게 진상 규명이 가능하겠는가.
국민은 청와대가 어떤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 시중에는 해외로 잠적했던 최씨와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 단장의 귀국을 놓고 청와대의 개입설까지 나돈다. 당사자들이 입과 행동을 맞춰서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펄쩍 뛰고 있지만 일시적으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로 둘러댄 청와대의 자업자득이다. 혹여 이번에도 잔꾀로 넘어가려 한다면 중대한 착각이다.
민심은 들끓고 있다.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대학가 시국선언이 도심 촛불시위로 번진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절망감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수사를 자청해 진상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검찰이 수사를 하더라도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 검찰은 권력의 눈치를 살핀 그간의 과오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 전 국민이 검찰 수사를 주시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