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숨어있던 인물들 돌연 귀국… 우병우가 진두지휘?

야권, 배경에 의심 눈초리 야권은 30일 비선 실세 국정 농단 의혹의 당사자인 최순실씨 돌연 귀국 배경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수십일째 해외에 꽁꽁 숨어 있던 최씨를 비롯한 관련자들이 갑자기 도피생활을 포기하고 순차적으로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밝힌 것이 아무래도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이다. 이들이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의 각본에 따라 사전에 입을 맞춘 후 조직적으로 진실은폐에 나섰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씨 귀국 등과 관련해 “최근 2∼3일 흐름을 보면 진상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하는 시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관련 당사자들이 입과 행동을 맞춰서 무엇인가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대체 누가 관련된 증인들의 귀국 및 출석을 조율하고 있는가. 국가기관이 일부 관여한 게 아니냐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왼쪽)와 우상호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에서 ‘최순실 게이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에 앞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실제로 최씨 최측근인 고영태 더블루K 이사가 지난 27일 귀국해 2박3일간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최씨가 이날 귀국했고, 또 다른 측근인 차은택 전 문화창조경제추진단장도 중국 도피를 끝내고 이번 주내로 귀국하겠다고 언론에 밝혔다. 이들은 특히 귀국에 앞서 개인 변호인을 미리 준비해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하거나 축소하는 브리핑까지 해가면서 검찰 수사에 대비하는 치밀함까지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행동들은 이들 관련자의 개별적인 판단으로만 이뤄졌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 야당의 판단이다. 막강한 정보력을 갖고 있는 권력기관들이 배후에서 조언을 해주지 않고서는 이렇게 오랫동안 서로 떨어져 지냈던 사람들의 대응이나 발언이 딱딱 맞아떨어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같은 전후상황을 언급하며 “이들이 갑자기 눈부시게 일사불란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추 대표는 그러면서 “심지어 최씨 입국에 검찰 수사관이 동행했다고 한다. 검찰이 범인 은닉에 공모한 사건이 벌어진 것인가”라며 “검찰은 ‘수사쇼’를 하지 말고 최순실을 즉각 체포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아예 우 민정수석을 조직적 은폐 공작의 총지휘자로 지목하고 나섰다. 박 비대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정국 대응 긴급대책회의에서 이번 파문을 최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일부 고친 정도의 ‘개인적 일탈’로 축소하는 공작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 각본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의해 작성되고, 우 수석이 일련의 진전되는 일들을 진두지휘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 비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도 “최순실의 급거 귀국은 여러 가지를 계산한 결과로 판단한다”며 “국정 농간과 국기 문란을 사실대로 이실직고하지 않고 또 술수로 사실을 왜곡, 면죄부를 받으려면 더 큰 국정 혼란과 국기 문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