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병우·안종범·‘문고리 3인방’ 수사에 성패 달렸다

국정농단 의혹 장본인들
신속 수사로 책임 물어야
청와대 조사 협조 마땅
검찰특별수사본부가 어제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등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려 했으나 무산되고 말았다. 검찰은 전날에 이어 청와대의 저지로 사무실에 강제 진입하지 못한 채 영장에 적힌 자료만 건네받았다. 대통령 하야 촛불시위로 번진 국민의 공분을 헤아리지 못하는 청와대 행태가 한심하다.

청와대는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검찰 협조를 원칙으로 하되 자료는 임의제출’이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국가 보안시설인 만큼 임의제출이 법 규정과 관례라는 것이다. 말문이 막힌다. 그간 외교·안보 현안까지 최순실씨에게 넘겨준 청와대가 뒤늦게 국가기밀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어불성설이다. 법적인 문제가 있다면 청와대가 특별수사본부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비밀취급을 인가하면 된다. 압수수색도 전례가 없다지만 현직 대통령이 국가적 범죄에 개입한 것 자체가 미증유의 일이지 않는가.

안 수석은 최씨와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800억원대 기금 모금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문고리 3인방’ 중 1명인 정 비서관은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등을 최씨에게 사전 유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핵심 당사자와 관련한 압수수색을 가로막고서 어떻게 진상 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국민의 절망감을 통감한다면 박근혜 대통령 자신부터 수사를 자청해야 마땅하다.

권력 농단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안 수석과 우병우 민정수석, 문고리 3인방이 어제 모두 경질돼 자연인 신분이 됐다. 이들의 사퇴는 당연히 문책이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우씨는 처가 부동산 넥슨 매각·아들 의경 특혜 의혹 등의 중심에 있음에도 자리를 지키며 법치를 조롱했다. 문고리 3인방은 세계일보가 특종 보도한 ‘정윤회 문건’으로 불거진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 파문에서도 드러났듯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비선조직과 어울리면서 국정을 농단한 장본인들이다. 이들을 단단히 둘러싸고 있던 청와대 보호막이 걷힌 만큼 수사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이들의 전횡을 명명백백 밝히지 않고선 국민을 패닉에 빠뜨린 작금의 국기문란 사태의 진상 규명은 불가능하다.

국민은 청와대가 어떤 해명을 내놓아도 믿지 않는다. 검찰이 하루빨리 모든 실상을 밝혀내는 길만이 사태를 조기 수습하는 첩경이다. 그런 점에서 검찰이 그제 귀국한 최씨를 공항에서 즉각 체포하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이번 사안은 검찰이 수사를 하더라도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 ‘성역 없는 수사’는 선택이 아니라 당위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