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주군’ 곁 떠나는 문고리 3인방

박 대통령 98년 정계입문 후 줄곧 보좌 / 안종범·우병우도 ‘최순실 파고’ 못 넘어 ‘측근 3인방’으로 불려온 안봉근(50) 국정홍보, 이재만(50) 총무, 정호성(47) 부속비서관이 최순실씨 국정 개입 사태 후폭풍으로 18년 만에 박근혜 대통령 곁을 떠나게 됐다. ‘왕수석’으로 불렸던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과 우병우 민정수석 등 최측근 인사들도 퇴진했다.

측근 3인방은 1998년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이후부터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고 보좌했다. 최순실씨 전 남편으로 당시 박 대통령 비서실장 역할을 하던 정윤회씨가 이들을 보좌진으로 발탁했다는 게 정설이다. 이들 3인방은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 탓에 어떤 참모들보다 큰 영향력으로 ‘문고리 권력’을 휘둘렀다는 의혹을 받았다. 박 대통령 일정과 메시지, 수행 등 최측근 업무를 도맡아 하는 이들에게 줄을 대려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났고, 3인방이 이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풍문도 떠돌았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3인방을 통하지 않으면 일이 되지 않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날 안 수석과 우 수석도 교체됐다. 안 수석은 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뒤 5인 스터디그룹에서 대통령 경제 과외교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9대 총선과 18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새누리당 공약을 총괄하는 등 박근혜정부의 핵심 경제공약의 밑그림을 그렸다. 지난 5월 경제수석에서 선임 수석인 정책조정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박근혜정부 임기말 국정과제 완수 업무를 진두지휘했으나 결국 이날 퇴진했다. 

 
왼쪽부터 정호성 부속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그간 각종 의혹으로 야당은 물론 여당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아왔던 우 수석도 함께 물러났다. 우 수석은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후 이듬해 1월 김영환 민정수석 후임으로 발탁됐다. 청와대는 그동안 우 수석 사퇴요구를 근거없는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국정주도권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판단에 우 수석을 적극 보호해 왔다. 그러나 최씨 국정개입 사건으로 민심이 급격히 이반하자 박 대통령도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이날 오후 이번 사건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임명된 지 5개월 보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이원종 비서실장은 춘추관을 찾아 짤막한 퇴임인사를 전했다. 이 실장은 “저 자신도 반듯하게 일해 보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됐으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실장과 함께 김성우 홍보, 김재원 정무수석도 함께 와 퇴임인사를 했다. 그러나 우 수석과 안 수석은 춘추관을 찾지 않았다.

이우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