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벗고 은행일 본 노동자…"또 청소해야 하잖아요"

중국의 한 노동자가 건물 관리자를 위해 흙 묻은 신발을 벗고 은행일을 본 사연이 뒤늦게 공개돼 감동을 주고 있다. 그는 괜찮다는 관리자의 말에도 자기 때문에 두 번 일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신발을 벗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30일(현지시간) 중국 인민망과 화상망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앞선 26일 오전 산시(陝西) 성 시안이공대학(西安理工大学) 내 ATM센터에 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옷과 신발 여기저기 흙이 묻은 것으로 보아 남성은 근처 건설 현장 노동자로 추정된다.

때마침 관리자 진씨가 남성을 발견했다. 앞서 진씨는 센터 바닥을 깨끗이 닦아놓은 상황. 만약 남성이 흙 묻은 신발로 일을 본다면 다시 바닥을 닦아야 한다.

말끔한 바닥을 본 남성. 그는 센터 입구에 신발을 벗더니 양말만 신고 ATM으로 향했다.



진씨가 “괜찮다”며 “다시 닦으면 된다”고 말했지만 남성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자기 때문에 진씨가 같은 일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다. 남성은 “제 신발에 흙이 많이 묻었다”며 “괜찮습니다”라고 오히려 진씨를 안심시키기까지 했다.

찬물로 닦은 터라 바닥은 얼음장이었다. 발로 디딜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남성은 무릎을 꿇었는데, 눈높이가 낮아지면서 기계가 제대로 보일 리 없었다.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남성은 은행일을 마친 뒤, 입구에 놓인 신발을 챙겨 신고는 오토바이를 타고 건물을 떠났다.



무릎 꿇은 채 은행일을 보는 남성의 모습은 근처에 있던 학생 휴대전화에 담겨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서도 공개됐다.

진씨는 “신발 벗은 남성에 감동했다”며 “그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차가운 바닥을 디딘 모습에 당황했다”며 “은행일 보기 쉽지 않았을 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외신들은 진씨를 배려한 남성이 이주 노동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중국 인민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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