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에반스 "한국시리즈, 한 시즌 고생 보상받는 기분"

KBO리그 외국인 타자 중 닉 에반스(30·두산 베어스)만큼 올해 단맛 쓴맛을 모두 맛본 선수는 별로 없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 진출한 에반스는 시즌 초반 두산의 4번 타자를 맡았다.

하지만 중심에서 제역할을 하기는커녕 9명으로 이뤄진 타선의 유일한 구멍 같은 존재였다.

타율이 0.164까지 떨어지자 두산은 4월 25일 에반스를 2군에 내려보냈다.

두산은 올 시즌 초반부터 기세등등했다. 시즌이 개막하고 얼마 안 돼 선두 자리를 꿰찼다.

만약 팀 성적이 신통치 않았거나 에반스의 부진이 더 길어졌다면 두산은 외국인 타자 교체를 진지하게 고려했을 것이다.

에반스는 2군에 다녀온 뒤 다른 사람이 됐다.

1군 복귀 직후 0.152까지 하락했던 시즌 타율은 이후 수직 상승해 6월 중순 3할을 돌파했다.

그는 두산이 치른 정규시즌 144경기 가운데 1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8(400타수 123안타) 24홈런 81타점 69득점을 기록했다.

극심한 부진이 이어지던 시즌 초반 에반스는 늘 무표정했다. 스트레스받는 얼굴은 전혀 아니었다. 이 때문에 구단 안팎에서는 그를 두고 '감정 기복이 없다'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늘 무표정할 것 같던 에반스도 부진에서 탈출하더니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만난 에반스도 그렇게 밝게 웃고 있었다.

그는 "한국시리즈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한 시즌 동안 겪은 고생이 보상받는 것 같다"며 "이런 열광적인 분위기에 몸담고 있어 행복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두산이 정규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해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면서 에반스를 포함한 선수들을 오랜 휴식을 취했다.

자칫 이런 공백이 타격감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두산 선수들은 예외다.

에반스는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다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 같다"며 "한국시리즈에 돌입하자마자 모두 그간의 편안한 휴식을 잊고 바로 실전 모드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에반스는 29일 1차전에서 7번 타자로 나와 멀티 출루를 기록했다. 안타 하나를 생산하고 볼넷으로 출루했다.

에반스 정도의 외국인 타자가 하위 타선으로 내려갈 만큼 폭발력을 갖춘 토종 타자가 여럿이라는 사실은 두산의 큰 강점이다.

에반스는 "두산 타자 중에서는 누구도 '내가 팀을 이끌어야 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9명 모두가 큰 경기를 잘 치를 능력이 있다. 각자 자기 역할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타순에는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인터뷰 직후 열린 2차전에는 5번으로 출전해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팀에 힘을 보탰다. 안타 중 하나는 2루타다.

두산은 1, 2차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두산 팬들은 한국시리즈 2연패를 의심치 않는다. 2연패를 이룬 뒤 내년에도 두산 유니폼을 입은 에반스를 볼 수 있기를 팬들은 기대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