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0-31 10:50:09
기사수정 2016-10-31 11:09:34
MBC 주말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에 오방낭 등이 나란히 등장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먼저 29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최순실이 수정,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풍자했다. 이날 '무한도전'에서는 박명수가 헬륨 가스가 든 풍선을 달고 무중력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이라는 자막이 나갔다. '우주'와 '기운'은 특정 종교의 주술적 분위기가 풍기는 단어로, 최씨의 연설문 개입 의혹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박명수가 공중으로 떠오른 장면에서는 '상공을 수 놓는 오방색 풍선'이란 자막이 나왔다. '오방색'은 최씨 소유로 추정되는 태블릿PC에 저장된 파일 이름 '오방낭'을 패러디한 것으로, 2013년 박 대통령 취임식 당시 '희망이 열리는 나무' 제막식에 등장했다. 오방낭은 동양의 오행사상이 깃든 흑, 백, 청, 홍, 황 오방색으로 만든 주머니로 주술적 의미가 담겼다.
여기에 박명수가 공중으로 떠오르기 직전 "온 나라가 다 웃음꽃이 피고 있어요"라고 하자 '요즘 뉴스 못 본 듯'이라는 자막과 박명수가 자신에 불리한 얘기를 못 들은 척하자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이라는 자막이 등장한 것을 두고 박 대통령의 소통 부재를 꼬집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교롭게 다음날인 30일 MBC 드라마 '옥중화'에서도 현실을 풍자하듯 무당과 오방낭이 등장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종금(이잎새 분)이 정난정(박주미 분)에게 해를 가하기 위해 집안에 무당을 들이고, 무당으로부터 비단 복주머니 즉 오방낭을 건네받는 모습이 그려졌다. 무당은 "끝장을 내려면 더 공력을 쏟아야 한다"면서 "이것이 '오방낭'이라는 것이다. 간절히 바라면 천지의 기운이 마님을 도울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과거 박 대통령이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발언한 내용을 발언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로 눈길을 끌고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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