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0-31 13:36:05
기사수정 2016-10-31 13:36:05
문화계에서 ‘차은택 인맥’의 핵심으로 각종 의혹에 연루됐던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31일 사표를 제출했다.
송 원장은 콘텐츠진흥원 홍보팀을 통해 “문체부 장관 및 관계자, 콘진원 임직원들의 업무 수행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전날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이 물러난 데 이어 송 원장까지 사표를 제출하면서 문체부 내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의 최전선으로 지목된 중심 인물들이 줄사퇴하게 됐다. 그러나 이들의 행보를 보는 여론은 곱지 않다. 의혹을 규명하고 책임을 지는 대신 모르쇠로 일관하다 물러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송 원장은 2005년 제일기획 제작본부장 시절 CF감독이던 차씨에게 휴대전화 ‘애니콜’ 광고 제작을 의뢰해 크게 성공했다. 2008년 10월부터 6년여간 광고업체 머큐리포스트 대표이사도 지냈다. 이 회사는 차씨가 세운 페이퍼 컴퍼니인 ‘엔박스에디트’와 주소지가 같아 차씨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콘텐츠진흥원장으로 임명되는 과정도 심상 찮다. 송 원장의 지인은 “2014년 5월쯤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 같이 운동하던 송씨가 ‘형, 나 문체부 장관 될지도 몰라’라고 말했다”고 29일 경향신문에 밝혔다. 차씨가 광고 조감독 시절 은인인 송 원장에게 보은 인사를 하려 했다는 것이다. 송 원장은 실제 이력서까지 보냈으나 과거 소송에 휘말린 전적 때문에 청문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차관급에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송씨는 6개월 후인 2014년 12월 콘텐츠진흥원장에 임명됐다. 콘텐츠진흥원장의 임명권자는 차씨의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 문체부 장관이었다.
게다가 콘텐츠진흥원 전임 원장은 임기를 4개월이나 남겨놓고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돌연 사임했다. 이에 더해 송 원장은 후보 심사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지 않았는데도 원장으로 낙점됐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에 따르면 송 원장은 서류심사 2위, 면접심사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당시 송 원장에게 점수를 ‘몰아주기’한 정황도 보인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문체부 고위 간부 한 명은 송 원장에게 서류심사 90점, 면접심사 97점을 줬다. 이 간부는 송 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에게는 서류 평균 76점, 면접 평균 78점을 매겼다.
송 원장 취임 후 콘텐츠진흥원은 승승장구한다. 올해 예산이 전년보다 39.4%나 급증했다. 송 원장은 올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작년보다 예산이 40% 증액되고, 인력이 20% 증원된 것은 공공기관 역사상 콘텐츠진흥원이 처음이라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예산이 크게 늘어난 사업은 ‘문화콘텐츠산업 진흥환경 조성’과 ‘문화콘텐츠산업 육성’ 분야다. 특히 차씨가 주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예산이 760억6000만원 새로 배정됐다. 문화창조융합벨트는 최순실씨가 작성한 ‘문화융성 문건’ 중 문화창조센터 사업이 확장된 것으로 의심받는 정책이다. 융합벨트 예산의 대부분은 콘진원이 가져갔다.
송 원장은 ‘해결사’처럼 중소기업 대표를 압박하기도 했다. 28일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송 원장은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를 인수한 광고업체 대표에게 지난해 6월 ‘포레카 지분 80%를 넘기지 않으면 세무조사하고 당신도 묻어버린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 대화에서는 송 원장이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을 설립 4개월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차씨 측은 광고회사를 통해 대기업 광고를 독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송 원장이 대표로 있던 머큐리포스트가 정부로부터 수억원의 용역을 수주한 과정도 논란거리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에 따르면 머큐리포스트는 지난해 2월 ‘2015년 밀라노엑스포’ 사업에서 5억원 상당의 영상제작 용역을 수주했다. 또 같은 당 안민석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머큐리포스트가 속한 컨소시엄이 콘텐츠진흥원의 10억2100만원 상당의 기술개발 사업을 따냈다. 이 사업에서 머큐리포스트가 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직접 지원받는 금액은 2억5100만원이다. 입찰 과정도 석연찮다. 이 사업을 제안한 상대 컨소시엄은 서면 평가에서 머큐리포스트보다 앞섰으나 발표평가에서는 결과가 뒤집어졌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