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할 차례가 오는가 싶더니 “안돼!”라고 오빠들이 말했다. 다시 차례가 오나 했는데 또 안 된다고 했다. 다섯 오빠 텃세에 못 이긴 소녀는 결국 이번에도 컴퓨터 게임을 하지 못했다. 올리비아 웨스트레이크(5)는 그런 소녀다.
하지만 올리비아의 마음은 나이에 맞지 않게 누구보다 넓다. 특히 노숙자들을 대할 때는 더욱 그렇다. 이제 다섯 살에 불과한 올리비아가 거리에 나앉은 이들을 위해 컵케이크를 만들자고 할 줄 누가 알았으랴.
지난 30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맨체스터에 사는 올리비아는 얼마 전 노숙자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힘세고 강할 줄 알았던 어른들, 그것도 남자들이 집 없이 거리에 주저앉아 먹을 것을 애타게 기다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올리비아는 부모를 졸랐다. 아빠 벤과 엄마 클레어더러 컵케이크를 만들자고 했다. 물론 케이크는 자기를 위한 게 아니다. 노숙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던 소녀의 따뜻한 마음이다.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에 따르면 2014년에서 2015년 사이에 이곳 노숙자만 50% 이상 늘었다. 수치상으로는 40여 명이었던 것이 1년 사이에 7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올리비아는 컵케이크를 일일이 노숙자들에게 나눠줬다.
소녀의 마음에 많은 이들이 감동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벤도 딸을 기특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리비아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노숙자 돕기 캠페인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올리비아는 “많은 사람들이 집 없이 차가운 길에 앉았다는 게 정말 가슴 아팠어요”라며 “다음번에는 양말과 담요도 갖고 나와서 사람들을 따뜻하게 해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벤은 “딸은 초등학생이지만 누구보다 넓고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고 기특해했다. 그는 “노숙자를 돕기로 한 건 누구의 아이디어도 아니었다”며 “딸이 홀로 생각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리비아의 가족은 네티즌들이 캠페인에 동참할 수 있도록 기금운동 페이지도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페이지를 통해 모이는 돈 외에 담요와 각종 먹을 것을 들고 조만간 노숙자 보호센터에도 갈 예정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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