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54명 “지도부 총사퇴” 집단행동

연판장 서명… 비대위·의총 요구 / 이정현 즉각 사퇴 거부… 내홍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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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의원 54명이 31일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 수습책과 관련해 이정현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총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즉각 사퇴를 거부해 당이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한 41명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지도부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내용을 촉구하는 의원총회(2일) 소집도 요구했다. 이날 회동에 불참했지만 집단행동에 동참 의사를 밝힌 의원은 13명이었다. 하지만 애초 지도부 사퇴를 위한 연판장을 돌리기로 했던 계획은 일단 보류하고 의총 개최 후 연판장 서명 문제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비선실세 의혹 관련 최순실씨의 검찰 소환일인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긴급회동을 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황영철 의원은 브리핑에서 “현재 당 지도부가 최순실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 책임이 있지 않느냐”며 “또 국민 앞에 당과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지도부로 보기 어렵기에 현 지도부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당이 국정의 중심과 주도권을 갖고 이끌어 나가도록 전면적인 쇄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회동에 참석한 김무성 전 대표는 “국정이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며 “재창당 수준의 납득할 만한 조치들이 당에서 있어야 하는데 당 지도부의 인식이 매우 안이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31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정진석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집단행동에 동참한 김현아 대변인과 오신환 홍보본부장은 사표를 냈다. 자신을 임명한 이 대표를 포함해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한 입장에서 당직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두 사람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선 사태 수습, 후 거취 결정’을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사태수습이 워낙 엄중한 상황이고 집권당의 책임은 아주 막중하다”며 “어려울 때 그만두고 물러나고 도망가는 것은 가장 쉬운 선택이지만 지금은 난국을 일단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사퇴를 거부했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