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0-31 23:47:44
기사수정 2016-11-01 07:31:49
검찰, 소환 조사 중 신병 확보 / 횡령·외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 최씨 “죄송… 용서해 달라”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을 등에 업고 국정농단을 일삼은 비선 실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최씨 수사팀을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맞먹는 규모로 늘렸다. 대기업을 상대로 강제모금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사표 수리 하루 만에 출국이 금지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31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최씨를 상대로 박 대통령 연설문 초안 유출과 인사 개입 등 국정농단,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한 강제모금 등 비리 의혹을 조사하던 중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최씨 혐의가 횡령부터 외국환거래법 위반까지 10개 안팎에 달하는 점, 장기간 해외에 머물다 귀국하고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한 점 등을 감안해 조사 후 귀가시키는 대신 체포해 신병을 확보하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최씨가) 체포 상태에서의 조사를 견디지 못할 만큼 건강이 나쁘진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전날 아침 영국 런던에서 극비리에 귀국한 최씨는 31시간 만에 나타난 자리에서 울먹이며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라고만 했다. ‘혐의를 시인한다’거나 ‘처벌을 달게 받겠다’는 취지의 언급은 전혀 없었다. 더욱이 검찰에 출석하는 날까지 프라다 신발 등 명품으로 치장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 딸 정유라씨는 당분간 한국에 입국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시간끌기’ 전술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변호사는 또 최씨가 청와대 문건 등의 열람·수정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PC에 대해 “최씨가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한때 태블릿PC의 실제 사용자로 지목된 최씨 측근 고영태(40)씨도 “문제의 태블릿PC는 내 것이 아니고 최씨가 사용하는 것을 본 적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태블릿PC 관련 의혹 규명을 위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를 추가로 특수본에 투입했다. 이로써 특수본은 소속 검사만 20명이 넘어 옛 대검 중수부 수사팀과 맞먹는 규모가 됐다.
일개 민간인에 불과한 최씨에게 국가기밀을 건네는 등 국정농단에 동참한 정부 인사들 수사도 빨라지고 있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대기업을 압박해 모금을 주도한 의혹을 산 안 전 수석을 출국금지하고 조만간 소환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연설문 초안 등 모든 문건을 관리해 온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실 비서관의 출국도 금지했다.
김태훈·김건호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