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01 18:51:06
기사수정 2016-11-01 22:45:45
검찰, 윤전추 소환 집중 추궁
박근혜정권의 비선실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의 국정농단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씨의 청와대 출입 흔적을 추적하고 있다. ‘최씨가 청와대를 제집 드나들듯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박 대통령의 ‘국기문란 책임론’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한 수사가 불가피한 국면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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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청와대 정문을 지키는 101경비단 소속 경찰들이 청와대 행사에 참석하려는 차량의 탑승자 신원을 확인한 후 문을 열고 있다. 한 언론은 이날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이영선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청와대를 수시로 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
◆검찰, 청와대 제2부속실 역할 주목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달 31일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이영선 전 행정관도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 행정관을 상대로 최씨의 행적과 청와대 출입 여부를 집중 캐물었다.
윤 전 행정관은 배우 전지현 등 유명 연예인의 헬스 트레이너로 활동하다 현 정부 출범 후 청와대 3급 행정관으로 발탁됐다. 호텔 헬스클럽에서 일하다 회원이던 최씨의 추천을 받아 청와대에 입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을 통해 윤 전 행정관이 대통령 관저에서 박 대통령과 함께 거주하며 박 대통령과 최씨 간 연락책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유도 선수 출신인 이 전 행정관은 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근접경호를 담당한 뒤 청와대에 들어갔다. 검찰은 두 사람이 모두 청와대 제2부속실 소속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제2부속실은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 부인과 관련한 업무를 맡았는데, 일각에서는 현 정권에서 “제2부속실이 최순실을 보좌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TV조선은 이들 행정관이 최씨의 수족처럼 행동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입수해 보도했다.
또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제2부속실장으로 최씨의 청와대 출입을 도왔고, 당시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행정관이 운전하는 안 전 비서관의 차량을 통해 최씨가 자유롭게 청와대를 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제2부속실은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 직후인 지난해 1월 폐지됐다.
최씨가 소문대로 청와대를 빈번하게 출입한 흔적이 드러나면 ‘최씨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사실일 개연성이 커지고 박 대통령도 코너에 몰릴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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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박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28일 미얀마 하원의장 접견 이후 나흘 만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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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에서 다시 검찰로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로 드러난 최순실씨가 1일 오전 교도관들에게 이끌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전날 긴급체포된 최씨는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날 다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연합뉴스 |
◆최씨, 검문검색 없이 청와대 출입 소문 파다
경찰 등 사정기관 안팎에서는 최씨를 비롯해 박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인 인사(VIP)들은 ‘깐깐한’ 검문검색 절차를 생략한 채 청와대 정문을 드나들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통상 민간인이 출입증 없이 청와대에 들어가려면 부속실과 경호실, 청와대 경비 경찰부대인 101경비단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장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도 청와대 정문을 통과하려면 출입증을 제시하고 본인 확인 절차를 밟는다. 검찰 수사 결과 최씨에게는 이런 절차가 생략된 것으로 드러나면 그가 장관급 이상 고위직보다 더 한 의전을 받은 셈이다. 항간에서는 청와대 경비를 맡은 경찰이 최씨를 몰라보고 검문검색을 하는 바람에 경찰 간부들이 무더기로 좌천됐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철성 경찰청장은 1일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공관 차량이 공관으로 가는 것은 검문하지 않는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최씨와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따져봐야 할 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