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01 19:01:34
기사수정 2016-11-01 20:47:02
검찰, 2일 안종범 피의자로 / 대기업 모금 영향력 행사 의혹 / 박 대통령 재가·묵인 드러날 땐 수사 칼날 대통령 겨냥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의 위세를 등에 업고 국정농단을 일삼은 비선 실세 최순실(60·개명 후 최서원)씨의 검찰 수사와 함께 최씨를 물밑에서 도와준 정권 핵심 실세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은 2일 미르·K스포츠재단의 800억원 가까운 모금 과정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피의자로 소환한다.
이밖에도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실 비서관과 현 정권 들어 각각 ‘문화계 황태자’, ‘체육 대통령’으로 불리며 문화·체육계 전반에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이 줄줄이 소환조사를 거쳐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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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중앙지검 청사 출입구 밖에 취재진이 모여 전날 긴급체포된 최순실씨 조사와 관련해 상황 변동이 없는지 살피고 있다. 2일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피의자 신분으로 이 자리에 선다. 남정탁 기자 |
◆검찰 오는 안종범… 미르·K스포츠재단 ‘판도라의 상자’ 열리나
2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안 전 수석은 현 정부 들어 청와대 경제수석에 이어 정책조정수석까지 맡으며 박 대통령의 핵심 실세로 부상했다. 최근 사표 수리로 청와대를 떠나 민간인 신분이 된 안 전 수석 조사를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의 강제모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지 주목된다.
사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 확산에 불을 댕긴 것은 두 재단 문제였다. 앞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등 최씨와 갈등 관계로 갈라선 이들은 재단과 관련해 “안 전 수석 등 정권 실세들이 재단의 설립과 모금 활동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특히 두 재단이 전경련 도움을 받아 대기업들로부터 770억원에 이르는 출연금을 모았고 이 과정에서 안 전 수석이 대기업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곳곳에서 나와 충격을 안겼다.
현재 최씨가 한국과 독일에 세운 개인회사 더블루K와 비덱코리아를 통해 두 재단의 기금 일부를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안 전 수석이 재단 설립과 모금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면 결국 최씨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청와대 수석의 지위와 권력이 동원된 셈이다.
안 전 수석은 현재까지 “최씨를 모른다”며 제기된 의혹을 완강히 부인해 왔다. 하지만 검찰은 전경련을 통해 두 재단에 기금을 낸 SK와 롯데 등 대기업 관련자들을 줄소환하며 안 전 수석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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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10월 21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에 참석해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자료사진 |
만약 검찰 조사를 통해 안 전 수석이 대기업 모금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현직 청와대 수석(차관급)의 지위를 이용한 점 때문에 직권남용과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로 형사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안 전 수석이 최씨를 도와줬다면 박 대통령의 재가나 최소한 묵시적 동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핵심 실세로 부상한 안 전 수석이 순전히 독자적 판단으로 최씨를 돕거나 하진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 전 수석의 수사에서 박 대통령과의 직접적 연관성이 드러날 경우 수사의 칼날이 박 대통령 본인을 직접 겨냥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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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 유출 의혹으로 드러난 ‘문고리’ 3인방도 줄소환 불가피
국정농단의 핵심으로 세상에 드러난 대통령 연설문 초안 등 주요 문건의 유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알려진 박 대통령의 가신 중 한 명인 정 전 비서관을 출국금지하고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대통령 문건 유출 의혹은 최씨를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못박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최씨가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진 태블릿PC에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 초안을 포함해 외교·안보 관련 기밀 등 각종 문서가 포함돼 있다. 박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최씨에게)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다”며 문건을 최씨에게 보여줬다는 의혹을 일부 시인한 상태다.
정 전 비서관은 문제의 태블릿PC 속 국무회의 발언 자료 등의 작성자로 현재 지목돼 있다. 자연히 그가 박 대통령의 지시 내지 묵인 아래 최씨에게 관련 문건을 유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 전 비서관은 해명을 통해 “대통령 보고 자료를 최씨에게 전달한 적은 없다”고 밝혔으나 최씨와의 만남 자체를 부인하진 않았다.
정 전 비서관과 함께 이 태블릿PC 소유주로 등록된 ‘마레이컴퍼니’의 대표였던 김한수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도 의혹의 당사자다. 박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인수위원회에서부터 활동한 김 행정관은 최씨의 외조카와 학교 동창인 것으로 알려져 ‘최씨가 청와대에 입성시킨 것 아니냐’는 새로운 의혹까지 불거졌다. 박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 등을 담당하며 최씨와 초안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도 검찰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안 전 수석 조사를 마치는 대로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과 관련해 정 전 비서관 등 다른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도 줄소환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최씨에게 연설문 초안을 파일로 제공한 이들에게 유출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를 놓고서 견해가 엇갈리는 점이 변수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불법성 여부와 면책 가능성 등에 대한 법리검토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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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에서 다시 검찰로 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로 드러난 최순실씨가 1일 오전 교도관들에게 이끌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전날 긴급체포된 최씨는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날 다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연합뉴스 |
◆사리사욕 채우기 위해 대통령 이름 팔고 다닌 ‘최순실 사람들’
최씨의 국정농단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고영태씨 등 최씨를 지근거리에서 봐온 인물들로부터 폭로됐다. 검찰이 문화·체육계에서 활동하며 최씨 위세를 등에 업고 온갖 ‘갑질’을 저질러 온 이들의 입을 특히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검찰이 혐의 입증에 가장 자신감을 보이는 부분은 직권남용과 협박, 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 ‘최씨 사람들’을 둘러싼 의혹이다.
최씨의 최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알려진 차씨는 본인과 이 전 총장, 고씨의 ‘3각구도’ 사이에서 최씨의 신임을 얻어 각종 이권사업과 문화·체육계 인사 전반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최씨를 통해 본인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다고 알려진 더플레이그라운드와 모스코스 등 회사의 일감을 대기업으로부터 받아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며 2014년 박근혜정부 2기 내각 발표 전 문체부 장관과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추천 명단을 문자메시지로 최씨에게 보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됐다.
제일기획 상무 출신으로 차씨의 20년 후원자로 알려진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은 중소 광고업체 대표를 상대로 이 회사가 인수한 특정 회사 지분을 차씨에게 넘기라고 강요했다는 의혹이 블거졌다.
최씨의 언니인 최순득씨의 딸 장유진씨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유소년 관련 사업과 관련해 문체부로부터 6억7000만원의 예산을 딴 것으로 논란이 된 상태다.
장씨는 이 센터 사무총장으로 예산을 받는 과정에서 최씨의 힘을 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씨보다 최씨 언니인 순득씨가 박 대통령과 더 가까워 진짜 비선 실세라는 주장도 제기한다. 이들 최씨 친인척과 지인들도 향후 수사 과정에서 소환조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