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중립내각론’· 안철수 ‘합의총리론’… 정국해법 ‘온도차’

거국내각 구성 ‘의견분분’
최순실 게이트로 수렁에 빠진 정국을 수습할 방안으로 거국중립내각이 떠올랐지만 시기와 방법을 놓고 여야 간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1일 거국중립내각 논의를 거부한 더불어민주당을 맹공했다. 민주당은 “들러리에 서지 않겠다”며 논의 거부를 고수했다. 야권 내부에서도 거국중립내각 구성 방식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정국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회동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새누리당은 야권의 거국중립내각 주장을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여지를 차단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새 총리에게 국정 컨트롤타워를 맡겨야 한다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거국중립내각론과 내치·외치 모두를 총리에게 맡기는 방식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여야 합의 총리론’이 대표적이다. 권력이양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새누리당의 인식이다.

새누리당은 거국중립내각을 주장한 문 전 대표와 달리 내각의 ‘내’자를 꺼내는 것조차 비판하는 민주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야당의 거국내각 거부와 관련, “거국내각은 정치권이 난국을 함께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일인데도 국정정상화보다 국정주도권만 고민하는 당리당략적 태도를 보이며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기대마저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있다”며 “게다가 말 바꾸기 비판을 덮기 위해서인지 거국내각에 온갖 악담과 비난 공세를 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왼쪽부터)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최순실씨 국정농단 파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에 앞서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야권 내부에서도 거국중립내각을 놓고 온도차가 뚜렷하다.

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야 3당 회동을 갖고 정국 수습방안을 논의했지만, 거국중립내각 문제를 놓고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 우 원내대표는 이날 내각 문제에 대해선 당론이 없다며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탈당 후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하야 후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과도중립내각 구성방안을 내놓았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및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발 거국내각 제안은) 자기들이 총리 후보를 내놓고 민주당을 들러리 세워 거국내각으로 포장하려 한 것”이라며 “야당이 들러리를 설 이유가 없다”고 내각 구성 논의를 거부했다.

야권 대권주자들도 마찬가지다. 문 전 대표는 야권 주자 가운데 가장 먼저 거국중립내각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여야는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 새 총리가 국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방식이다. 박 대통령에게 사실상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문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순실 게이트의 공동책임이 있는 내각인데, 이 내각으로 진상규명이 가능하냐”며 “국정조사나 별도특검으로 진상규명을 진행하고 동시에 국회가 추천하는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것이 해답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사태 초반 거국중립내각을 제안했다가 한 발 물러서 ‘여야 합의 총리론’으로 수정 제시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거국중립내각을 내세울 경우 정당마다 장관 자리를 가지고 다툴 것이고 이는 국민에게 권력 나눠먹기로 보일 것”이라고 문 전 대표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