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02 06:20:00
기사수정 2016-11-02 02:01:23
박근혜 대통령이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을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한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최 수석은 ‘특수통’ 검사로 굵직한 사건을 두루 경험해 검찰 중립성을 존중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에 2007년 새누리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에서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리했다는 이유로 ‘정치 검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검찰 간부 출신을 또다시 민정수석에 앉힌 것 자체가 부적절한 인사라는 말까지 나온다. 검찰을 입맛대로 통제해 상황을 무마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야당은 국민이 원하는 인적쇄신과 거리가 멀다고 보고 최 수석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어제 “박 대통령이 이명박 정권의 우병우 행세를 한 최 수석을 새로운 부역자로 임명, 분노한 민심 앞에 정치검찰 카드를 꺼내들었다”며 “검찰 수사권을 직접 휘두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 수석은 법조계 신망이 두터워 그만 한 적임자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반박했다.
정치검사는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사실관계를 왜곡해 정권의 구미에 맞게 수사하는 검사를 말한다. 그러려면 권력 핵심과 교감하면서 정권이 원하는 바를 잘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과거에 이런 정치검사가 적지 않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출세 가도를 달린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검찰은 과거와 절연하고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최 수석이 검찰 개혁에 기여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민정수석은 검찰 등 사정기관의 정보와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자리다. 원칙주의자이자 ‘강골 검사’로 알려진 그에게 과거의 기개가 남아 있다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최 수석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청와대·내각 개편을 앞두고 인사 검증 등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대통령에게 민심을 가감없이 전하고 직언을 하는 직무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기관과 공공기관 등에 널리 퍼져 있는 최씨 의혹 연루자들을 가려내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최 수석은 이런 문제들을 다루는 과정에서 오해받지 않도록 처신하면서 민정수석실을 바로 세워나가는 데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 최 수석의 어깨가 무겁다.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과도 무관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