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02 06:00:00
기사수정 2016-11-02 02:00:31
총체적 난국 극복하려면
국익 위해 사즉생 각오로
국정농단 낱낱이 고백해야
미증유의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섰다. 그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9.2%로 추락해 가장 낮은 한 자릿수에 진입했다. 외환위기 사태를 겪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집권 5년차 지지율 6%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환란 당시의 국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의 탄핵 또는 하야를 원하는 국민이 48.1%에 이른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대학은 100곳을 넘어섰다. 대통령은 국민의 조롱을 받고,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샤머니즘이 지배하는 사회로 치부되고 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끄럽고 참담한 실상이다.
국정 정상화 방안을 놓고도 여야 간에는 말할 것도 없고 야권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거국중립내각을 주장했던 야권은 여당이 수용 입장을 밝히자 말을 바꿔 진상규명 먼저, 박 대통령의 탈당과 일선 후퇴 등을 요구하고 있다. 거국중립내각 자체가 여야 간 합의로 총리 추대·각료 임명 등을 포함해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도 딴소리를 하는 것은 박 대통령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정 운영의 총체적 난국을 돌파하는 길은 하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 일가와의 관계와 국정농단 사태의 전말을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는 것이다. 대통령 스스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 앞에 꿇어앉아야 한다.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지난번 ‘95초짜리 사과’ 때처럼 “좀더 꼼꼼하게 챙겨보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는 식으로 사안을 호도하면 역풍만 거세질 뿐이다.
최씨의 국정 개입은 박 대통령의 비호 없이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비선들의 호가호위(狐假虎威) 사태에서 최씨가 여우라면 박 대통령은 여우에게 권세를 빌려준 호랑이다. 국민 역시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로 인식하고 있다. 대통령이 헌정사 초유의 국기 문란 사태에 어떻게 개입하고 청와대와 내각에 지시했는지를 낱낱이 밝히지 않으면 파장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솔직히 고백한다면 국민은 비로소 국익을 위해 용서의 문을 열 것이다. 거국내각이니 특검이니 하는 것도 그 후의 일이다. 지금이야말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