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01 20:07:23
기사수정 2016-11-01 20:07:23
하나은행 외화대출의 근거로 쓰임…한은 "법령에 따라 발행"
해외 부동산 취득 등에 편법으로 활용…"개인은 제한 필요"
KEB하나은행이 ‘정유라씨 특혜대출’ 의혹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대출이 가능하도록 보증계약신고필증을 발행해준 한국은행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한은이 보증계약신고필증을 내줌으로써 최순실씨 모녀의 해외재산 취득에 편의를 제공해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법령상에 허점이 존재해 자산가들의 편법에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지난해 12월8일 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에서 강원도 평창 일대의 땅 23만㎡를 담보로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받은 것.
정씨는 이 보증서를 바탕으로 하나은행 독일법인에서 25만유로(한화 약 3억2000만원)의 대출을 받았다. 정씨와 그의 모친 최씨는 이 돈을 독일에서 호텔, 주택 등을 매입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씨에게 외화지급보증서가 발급되기 위해서는 먼저 한은에서 보증계약신고필증을 받아야 한다.
외화지급보증서 기반 대출은 국내 자산을 담보로 은행의 해외지점 또는 현지법인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하는 상품이다. 본래 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나, 요즘에는 국내 자산가들의 해외 부동산 구입 등에도 자주 쓰이고 있다.
다만 외국환관리규정에 따라 20만달러 이내는 외국환은행에, 20만달러 초과 시에는 한은에 신고해야 한다. 이는 과도한 보증이 은행의 건전성에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한은에서 일차로 거르기 위한 안전장치다.
“최씨 모녀는 송금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외화지급보증서라는 편법을 썼다”는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국회의원의 주장대로라면, 한은이 최씨 모녀의 편법을 도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외화지급보증서 신청자의 자격 여부를 가릴 책임은 한은에게 있다”며 “우리는 한은을 믿고, 업무를 처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법령상의 양식에 맞춰 신고서를 작성하고, 담보 확인 등을 위해 필요한 증빙 서류를 첨부하면, 보증계약신고필증이 발행된다”고 설명했다. “19세인 개인이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받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외국환거래법에 나이를 제한하거나 개인이라서 안된다는 등의 조항은 없다”고 답했다.
실제 하나은행에서 외화지급보증서를 발급받은 고객 6975명 중 802명(11.5%)이 개인고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결국 외국환거래법의 허점이 편법을 쓰는 자산가들에게 악용된다고 볼 수 있다”며 “외화지급보증서의 취지에 맞게 개인에게는 발급을 금지하는 방향이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 모녀의 외화대출을 계기로 외국환거래법이 편법으로 해외 자산을 취득하는데 악용되고 있는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어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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