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6-11-01 23:09:19
기사수정 2016-11-01 23:09:19
정국 수습 방안 의견차 ‘평행선’
헌법에도 규정하고 있지 않아 정치적 용어와 다름없는 거국중립내각을 놓고 여야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여야는 1일 최순실 게이트로 수렁에 빠진 정국을 수습할 방안으로 거국중립내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에 있어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달렸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거국중립내각 주장을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여지를 차단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새 총리에게 국정 컨트롤타워를 맡겨야 한다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거국중립내각론과 내치·외치 모두를 총리에게 맡기는 방식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여야 합의 총리론’이 대표적이다. 권력 이양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새누리당의 인식이다.
민주당은 여권발 거국중립내각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및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발 거국내각 제안은) 자기들이 총리 후보를 내놓고 민주당을 들러리 세워 거국내각으로 포장하려 한 것”이라며 “야당이 들러리를 설 이유가 없다”고 내각 구성 논의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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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왼쪽부터)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최순실씨 국정농단 파문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에 앞서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그러나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야권 모두 현 난국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거국중립내각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차는 없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내각을 구성하느냐다. 즉 대통령의 힘빼기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하느냐가 핵심 쟁점인 셈이다.
새누리당은 여야가 논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민병욱 대변인은 통화에서 “(야당이) 추천하니까 받으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여야의 논의 과정에서 후보군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선택해 임명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정진석 원내대표가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김병준 국민대 교수 등 야권 출신 인사를 총리 후보로 거론한 것도 이 같은 인식에서다. 야권이 수용할 만한 인물을 천거하고 대통령이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이 같은 방식은 꼼수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사건에 대해 반성해야 할 청와대와 여당이 새 총리 논의를 야당과 사전 협의 없이 거론하는 것 자체가 위기를 벗어나려는 정치적 술수라는 인식이다. 우 원내대표는 “야당의 협조를 받는다더니 사전에 의논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여당이 아닌 야권에서 총리 후보를 추천해 대통령의 지명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거국중립내각을 이끌 총리의 위상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책임총리가 거론된다. 외교와 안보 등은 박 대통령이 계속 맡아야 한다는 기존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입장이다. 총리에게 국정 전반에 대한 권한을 주고, 향후 총리가 법무부 장관 등의 각료를 추천하는 등 중립 내각 구성을 완료해 내년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야권 내부에서도 단일된 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야 3당 회동을 갖고 정국 수습방안을 논의했지만, 거국중립내각 문제를 놓고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우 원내대표는 내각 문제에 대해선 당론이 없다며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탈당 후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하야 후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과도중립내각 구성방안을 내놓았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