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해학 담은 비판글… SNS·인터넷 호응

성난 민심 다양한 통로로 표출 / 대학가, 시·소설 등 지어 비꼬아… 비판 게임 앱·관련 패러디 봇물 / 쏟아지는 시국선언 연대·체계화… 분야·이슈별로 목소리 가다듬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의 감정이 분노 표출에서 해학과 풍자로 옮아가고 있다. 확산하는 시국선언은 분야·이슈별로 체계화하며 규탄의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에는 최순실 사태에 대한 ‘풍자 열풍’이 한창이었다.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현 시국을 반영한 패러디를 끼워넣고 있으며 관련 게임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고려대 대나무숲 페이스북에 올라온 ‘박공주헌정시’가 대표적이다. 해석하면 ‘가정을 사랑하고 국가를 단정히 함을 삼간다면 그 어찌 남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오’ 등의 내용이지만 독음을 살펴보면 ‘근혜가결국 해내시어타 나라골이참 잘도라간다 이 정도일 준 예상모택다’라는 별도의 풍자글이 된다. 연세대 대나무숲 페이스북에 올라온 ‘박 대통령이 목사 또는 무당으로 일컬어지는 최태민씨의 육영수 여사 성대모사에 속아 최씨 일가를 의지하게 됐다’는 내용의 ‘공주전’도 큰 호응을 얻었다.

안드로이드폰용 스마트폰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에는 ‘순실이 닭 키우기’와 ‘순실런’, ‘순siri(시리)’ 등의 게임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게임하고 암이 나았다’, ‘우주의 기운을 모아 게임을 깔았다’며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최씨가 검찰에 출석하며 신발 한 짝이 벗겨진 것에 대해 영화를 패러디한 ‘악마는 프라다를 신는다’ 포스터가 인터넷상에서 연일 공유 물결을 탔고 각종 오락·예능 프로그램도 자막이나 짧은 화면으로 ‘오방색’, ‘승마’ 등에 대한 풍자에 합류했다.

이에 대해 중앙대 이병훈 교수(사회학)는 “젊은이들이 그들만의 신선한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호응과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국선언도 변화 양상이 엿보인다. 장애인·환경·역사 등 분야나 이슈별로 연대·체계화하며 목소리를 가다듬는 모습이다.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도 최순실이 깊이 관여했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정부가 장애인 복지재정은 삭감·동결하고 최씨에게 각종 이권을 몰아준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부산대·서강대 등 17개 대학의 사회과학대 학생 100여명은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대통령 사퇴’와 ‘비선실세 전횡 철저 규명’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후마니타스 칼리지)는 “1980년대에나 볼 수 있던 학교 간 연대 등이 다시 나타났다”며 “민주주의 질서가 무너진 것에 대한 총체적인 분노가 다양한 통로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준영 기자